EBS 어린이 드라마극본 공모전 수상작 중 5편은 제작 가능성 등의 기준에 따라 선택돼 TV에 방영된다. 사진은 올해 1월 방영된 지난해 우수상 수상작인 김민주양(당시 초6)의 ‘모두다 내 친구’. 사진제공 EBS
주민(초5 남학생):언젠가 통일될 거라고 생각해. 원래 하나였잖아.
미정(초5 여학생):(귀찮은 듯) 에잇. 빨리 통일 됐음 좋겠다, 그냥.
주민:그거야 누구나 그렇지, 뭐….
조금 후 주민은 우연히 미래로 시간 여행을 해서 통일 이후의 사회를 체험한다. 그러다가 그의 기억을 빼앗으려는 게임 회사에 납치될 위기에 처한다.
18일 제4회 EBS 어린이 드라마 극본 공모전 발표에서 대상에 선정된 김지혜양(인천 부광중 3년)의 ‘네 손톱 끝에 빛이 남아있어’의 내용이다. 이 작품은 통일과 시간여행, 게임회사를 아우르는 상상력을 평가받아 280편의 응모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10편의 수상작 중 5편은 각색을 거쳐 내년 초 EBS에서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다.
대상을 비롯해 우수상(2명)과 가작(7명) 등 수상작들의 특징은 흔한 주제라도 소재가 특별하다는 점이다.
오솔길양(경기 의정부시 민락중 3년·우수상)의 ‘결벽 꽃’과 박샘이양(전북 전주시 서중 3년·가작)의 ‘친구라는… 그 소중한 이름’은 각각 결벽증과 장애인을 소재로 삼았다. 정다정양(경기 김포시 고촌초 6년·가작)의 ‘옆집 똥고집 할아버지’의 경우 “기현이 야만 밥 잘 먹으면 끝나는 기 아이가?”처럼 사투리를 사용해 경쾌한 분위기를 살렸다는 평. 권효은양(전남 김제 서중 3년·가작)의 ‘12세의 아담과 하와 찾기’는 남녀평등이라는 주제를 전교 부회장 선거라는 행사에 압축시켜 긴장감 유지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았다.
또 응모작들은 동심(童心)을 반영한 듯 거의 모두 해피엔드로 끝나며 잘 쓴 작품일수록 등장인물의 수가 적고 캐릭터가 확실하다는 점도 특징. 본선 진출작들의 대사는 길어야 3∼4줄 정도였다.
이상범 TV2국장은 이번 공모전에 대해 “사랑과 우정을 다룬 작품과 방송 드라마 대본을 참고해 시나리오 형식을 갖춘 작품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