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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파] ‘트로이 목마’ 이천수 펄펄

입력 | 2003-09-18 18:03:00


‘이천수가 그리스의 축대를 무너뜨렸다.’

스페인 스포츠 전문 일간지인 ‘아스’는 재간둥이 이천수(22·레알 소시에다드)의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을 이렇게 표현했다. 스피드와 공격력을 갖춘 이천수의 측면돌파에 그리스 올림피아코스팀의 축이 무너졌다는 평가였다.

18일 레알 소시에다드의 홈구장인 스페인 산 세바스티안 아노에타스타디움에서 열린 2003∼2004유럽챔피언스리그축구대회 본선(32강) D조 레알 소시에다드-올림피아코스의 1차전.

후반 16분 이천수가 바르케로와 교체 투입돼 왼쪽 날개로 나서자 관중석에서는 “야”하는 함성과 함께 열렬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챔피언스리그 본선 무대에 첫 등장하는 이천수에게 거는 팬들의 기대는 그만큼 컸다.

이천수와 발 빠른 스트라이커 니하트가 동시에 투입되면서 경기의 흐름이 확 바뀌었다. 100m를 11초대에 주파하는 이천수가 왼쪽 측면을 질풍처럼 파고들자 단단하던 올림피아코스의 수비벽에 균열이 생겼다.

후반 28분 이천수가 왼쪽 측면을 돌파한 뒤 오른쪽의 니하트에게 패스, 득점 찬스를 만들어준 것을 신호탄으로 레알 소시에다드의 공격이 활기를 띠었다.

후반 33분 코바세비치가 올림피아코스 문전에서 상대 수비수 발에 걸려 넘어지며 얻어낸 페널티킥을 차 넣어 승리를 확정지었다. 레알 소시에다드의 1-0 승리. 82년 이후 21년 만에 챔피언스리그에 오른 레알 소시에다드로서는 참으로 오랜만에 맛본 승리였다.

이천수는 “꼭 골을 넣고 싶었는데 아쉽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 뛴 것은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천수는 22일 스페인리그 레알 사라고사와의 홈경기, 29일 아틀레틱 빌바오와의 원정경기를 마친 후 다음달 1일 갈라타사라이(터키)와 챔피언스리그 두 번째 경기에 출전할 전망.

이날 설기현(벨기에 안데를레흐트), 박지성 이영표(이상 네덜란드 아인트호벤)도 나란히 챔피언스리그 본선 무대를 밟았지만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했다.

거스 히딩크 전 한국월드컵대표팀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C조의 아인트호벤은 홈에서 열린 모나코(프랑스)전에서 1-2로 패했다. 박지성과 이영표는 90분간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설기현이 풀타임을 소화한 안데를레흐트도 올림피크 리옹(프랑스)과의 A조 원정경기에서 전반 26분 주니뉴에게 페널티킥 결승골을 내줘 0-1로 졌다.

지난 대회 준우승팀인 D조의 유벤투스(이탈리아)는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와 페라라의 연속골로 갈라타사라이를 2-1로 제압했다.

마드리드(스페인)=변혜정통신원 JACGAR@telefonica.net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