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용 대통령인사보좌관이 17일 신임 행정자치부 장관과 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자를 발표하면서 “요즘은 나이 많은 것이 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 보좌관은 “행시 17회인 최낙정 해양부 차관이 장관에 내정된 것은 너무 빠르지 않으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차관급인 철도청장은 행시 24회가 아니냐면서 이렇게 답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적절치 않은 발언이다. 나이가 사람을 평가하는 절대적 기준도 아닐뿐더러 명색이 대통령의 인사정책을 보좌하는 사람이 할 말은 더욱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단지 나이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직장을 그만뒀거나 그만둬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살고 있다. 대통령인사보좌관이 국민의 이런 불안감을 씻어주기는커녕 오히려 부채질하는 듯한 말을 해서야 되겠는가. 이러니 현 정권은 대통령부터 참모에 이르기까지 불필요한 말로 사회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는 것이다.
정 보좌관은 정권 초기 중앙부처 1급 공무원들을 ‘물갈이’라는 명분 아래 대거 내보낼 때도 “1급은 어차피 로토복권이다. 운이 맞으면 장관 하는 거고…”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런 식의 경박한 사고와 획일적인 기준으로는 적재적소의 인사원칙이 지켜지기 어렵다. 공직사회의 안정성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념, 세대, 지역으로 나뉜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 양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여기에다 연령차별까지 겹치면 국민통합과 국정안정은 기대할 수 없다. 마침 원로학자인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도 이날 모교 특강에서 “검증되지 않은 젊은 세대가 높은 자리에 올라 사회가 혼란스럽다”고 질타했다.
정 보좌관의 말은 시대조류와도 맞지 않는다. 미국은 성(性)차별 못지않게 연령차별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노령화 사회가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닌 상황에서 연령차별은 심각한 사회균열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