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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나성린/기업 ‘氣’를 살려주자

입력 | 2003-09-18 18:51:00


노무현 정부 출범 당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5.7%였다. 이것이 지난 7개월 동안 계속 하향하더니 최근에는 2% 미만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더욱 심각한 것은 다른 경쟁국들의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에 반해 우리 경제는 침체 현상을 나타내고 집값과 물가마저 가파른 상승세여서 스태그플레이션 조짐까지 있다는 점이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당초의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는 수치의 문제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일가족 집단자살이 계속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말하는 것이다.

▼ 기업투자 6兆 늘리면 1% 더 성장 ▼

정부는 이 심각한 문제들을 남의 탓으로 돌려선 안 된다. 그동안 무엇을 잘못했는지 통절히 반성하고 국정운영 방향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동안 노무현 정부의 국정운영은 무엇이 문제였는가.

첫째,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숱한 난제를 무시한 채 진보적 이상을 실천하는 데에 치중함으로써 국정의 방향을 잘못 설정한 것이다. 현 정부 출범 초 정권의 핵심인사들은 성장보다 분배를 외치고 친노조, 반미·친북한의 성향을 보였다. 이에 대해 많은 경제학자들은 천문학적인 국가 빚과 가계부채, 여소야대 정국, 이라크전쟁 발발가능성, 세계경제 침체 등의 요인으로 볼 때 초기 여건이 매우 좋지 않음을 주지시켰다. 또 우리나라처럼 작은 개방형 경제 국가가 도저히 제어할 수 없는 예기치 않은 돌발 사건이 늘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실제 사스와 태풍 매미라는 악재가 돌출했다) 정부는 자만하지 말고 경제체질 강화에 전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반대 방향으로 국정을 운영해 국내외 기업의 투자가 급감케 했다. 투자 감소로 인한 경제성장률 하락분이 2% 이상이다. 그만큼 정부가 성장률 하락에 기여했다는 얘기다.

둘째, 정부는 부의 창출에 기여한 사람들을 적대시하고, 분배주의자 복지우선론자 등 남이 힘들게 벌어 놓은 부를 쓰는 데에 익숙한 사람들을 우선시했다. 이런 분위기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능력 있는 사람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줌으로써 경제를 침체시키는 요인이 됐다.

셋째, 위기관리와 문제해결 능력의 결여다. 북핵문제 경기침체 노사갈등 새만금 위도핵폐기장 등 난제가 쌓였지만 논란만 있고 해결책은 없다. 이는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등용하지 않은 결과요, 우리에게는 아직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점을 외면하고 균형발전이란 미명 하에 자원과 국정과제를 분산시켜 놓은 결과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회복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한다. 하지만 그 ‘특단의 대책’이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이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지난 몇 개월의 경험이 말해주고 있다.

강성 노조를 포함해서 많은 국민이 우리나라가 선진국인 줄 착각하고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다. 그들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체험토록 하는 것이 경제회복의 한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힘없는 서민까지 어렵게 하는 것으로 나라 전체가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나 크다.

▼시장이 신뢰할 人材 등용해야 ▼

정부가 마음만 먹는다면 경제 활성화를 위한 해답은 비교적 간단하다.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체질을 강화하고, 경제 활성화를 위한 여건을 마련하는 데에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대기업과 외국기업이 올해 투자를 6조원 늘리면 산술적으로 경제성장률은 1% 상승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중소기업의 생산과 고용이 늘고 내수가 증대돼 추가적인 경제성장률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것이 바로 서민들의 생활고를 덜어주는 길이기도 하다. 기업으로 하여금 투자를 하게 하려면 정부가 기업을 적대시하지 말고 기를 살려줘야 한다. 불요불급한 규제를 풀어주고, 노사 불안을 해소하고, 북핵문제를 해결해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해주면 되는 것이다.

또 중요한 것은 정부가 경제성장을 중시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이는 말로만 해서는 안 된다. 진보 색채가 강한 인사 위주로 짜인 청와대와 정부 요직에 시장논리를 중시하는 인사들을 다수 포진시킬 때 가능한 일이다.

나성린 한양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