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류시화씨(45)는 울림이 있는 목소리로 읊조렸다.
“나는 땅 끝까지 가보았네. 물이 있는 곳 끝까지도 보았네. 나는 하늘 끝까지 가보았네. … 하지만 나와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은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네.” (나바호족 노래)
그는 잠시 침묵한 뒤 새로 펴낸 책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김영사)에 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말했다.
“‘미타쿠예 오야신.’ 인디언들의 인사말이죠.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돼 있다는 뜻이에요. 사람들에게 인디언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어요. 류시화라는 이름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아요. 그리고 ‘흥행’을 염두에 둔다면 어느 누가 15년을 꼬박 바쳐 900쪽이 넘는 책을 쓰겠습니까.”
‘인디언의 방식으로 세상을 사는 법’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나는 왜…’에는 인디언들의 삶과 문화, 슬픈 소멸의 역사가 담긴 인디언 추장들의 연설문 41편을 비롯해 인디언 어록 및 사진 100여점이 실려 있다.
“21세기 우리의 삶은 본질에서 벗어나 있어요. 더 많이 소유하려는 욕심은 모든 것의 중심에 인간을 두게 하죠. 우리 자신이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고, 그러나 더 많은 것은 자연과 대지에서 온다고 이야기하는 인디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해요.”
인디언들에게 자연은 소유할 수 없는, 모두가 공유하는 조화로운 장소. 그들은 생명을 가진 것들과 더불어 살았고, 그런 존재들에 늘 감사했다. 다름을 인정하는 공존(共存)이 인디언들의 삶의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제 자연이란 그저 개발의 대상일 뿐. 나와 다른 것을 밀쳐버리는 세태에 대해 류씨는 안타까워했다.
부록에 담긴 인디언의 달력과 이름은 꽤나 시적(詩的)이다. 1월은 ‘해에게 눈 녹일 힘이 없는 달’(앨곤퀸족), ‘바람 속 영혼들처럼 눈이 흩날리는 달’(북부 아라파호족)이며, 아파치족은 7월을 ‘열매가 빛을 저장하는 달’이라고 부른다.
1987년부터 미국을 오가며 인디언을 만나고 자료를 수집해 온 류씨는 “언젠가 인디언보호구역에 머물면서 3일 만에 선물 하나를 얻었다”면서 웃었다.
“만나는 인디언들마다 붙들고 질문을 퍼부어댔더니 ‘질문이 너무 많아(too many questions)’라는 별명을 붙여주더라고요.”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