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선을 앞두고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1960년 여름에 찍은 재키의 모습. 존 F 케네디가 아내의 사진 중 가장 좋아한 것이다.(아래)선박왕 오나시스와 재혼한 후 재키는 좀 더 자유로운 패션을 선보였고 세인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다녔다. (오른쪽)재키가 오나시스의 아내이던 시절 파파라치 론 게일러가 찍은 사진이다. 사진이 찍히는 줄도 모르고 선글라스를 벗어 오른손에 들고 있다. 사진제공 푸른솔
◇재키 스타일/패밀러 클라크 키어우 지음 정연희 정인희 옮김
344쪽 3만8000원 푸른솔
사람들은 그녀를 ‘재키’라고 불렀다.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1929∼1994).
재키가 등장하면서 정치는 개인적인 영역으로 들어왔다. 재키는 백악관에 살지만 아장아장 걷는 남매를 품에 안은 젊은 엄마였다. 10대 소녀들은 재키의 딸 캐롤린의 베이비시터를 자청해왔다. 재키의 옷은 비쌌지만 디자인은 누구나 따라할 수 있을 만큼 단순했다. 몸에 붙는 민소매 드레스, 부풀린 머리 모양과 진주목걸이는 대중적 패션이 됐다.
새로운 기운이 감돌던 1960년대 미국인들에게 재키는 활력이 넘치고 낙관적인 미국의 상징이었다. 재키는 백악관을 우아하게 단장하고 만찬을 예술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들여 놓고 세계 전역을 누비며 미국인들에게도 새로운 시대가 왔음을 알렸다. 유창한 프랑스어에 방대한 독서로 연마한 재키의 지성과 문화적 소양은 유럽인들의 눈에 비친 미국의 위상을 끌어 올렸고 미국인들은 유럽의 양자라는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책은 백악관 안주인으로서 3년, 선박왕 오나시스의 아내로서 8년, 그리고 출판사 편집장으로서 20년을 살다간 매혹적인 재키의 삶을 화보와 함께 기록하고 있다.
재키는 자신의 영향력을 패션에만 한정시키는 데 불쾌감을 표시했다지만 책장을 들추는 시선을 빼앗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재키룩이다.
백악관 안주인 시절 재키는 올레 카시니의 옷을 입고 핼스턴의 필박스 모자를 썼다. 재키는 프랑스 디자이너 지방시의 마니아였지만 정치 가문 케네디가(家)는 미국 디자이너의 옷을 강요했다. 재키는 미국인 카시니에게 까다롭게 이것저것 주문해 모던한 실루엣, 고급스럽지만 장식적이지 않은 옷감 등으로 대표되는 재키 스타일을 완성했다.
오나시스와의 재혼 후에는 세인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한 커다란 선글라스와 오나시스의 부를 상징하는 40.42캐럿의 해리윈스턴 다이아몬드가 재키의 스타일이 됐다. 더블데이 출판사의 편집장 시절 커리어우먼 재키는 발렌티노의 바지와 실크 블라우스를 입었고 때로는 브룩스브러더스의 남성복 코너에서 구입한 푸른색 드레스셔츠를 걸치기도 했다.
재키가 살아낸 모든 시절을 아우르는 재키의 스타일은 클래식한 아메리칸 스타일로 지금도 패션쇼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캘빈 클라인의 무릎길이 A라인 스커트와 몸에 꼭 맞는 재킷은 재키 스타일이다. 프라다는 재키가 오나시스 아내 시절 입던 것과 비슷한 V자형 칼라의 코트를 선보였고 도나 카란은 재키의 핫핑크를 시도했다. 랠프 로렌, 톰 포드, 마이클 코어스는 재키가 선호하던 깔끔한 라인에서 영감을 받았다. 재키의 영부인 시절에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디자이너 신시아 로리도 재키가 자기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고백했다.
“재키의 패션은 시대를 초월한 것”(디자이너 발렌티노), “재키는 문화적 관점에서 20세기의 그 누구보다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시사주간지 ‘타임’의 휴 시데 기자)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