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아시아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앤디 시에 박사(사진)는 19일 “한국의 장기 잠재성장률이 4%대에 들어섰으며 올해 경제성장률은 2.5% 이하로 낮아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국CEO포럼’ 주최 CEO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시에 박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국 경제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고성장 시대를 기대할 수 없으며 한국의 장기 잠재성장률은 4%대에 들어선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잠재성장률이 떨어진 것은) 외환위기 전에 국내총생산(GDP)의 35%에 이르던 투자가 현재는 26% 수준으로 하락했고 노동생산성도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현재 한국 제조업의 성장 동력은 거의 소진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과감한 경쟁체제 도입을 통해 서비스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만이 향후 한국 경제가 살 길”이라고 진단했다.
시에 박사는 또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2.5∼3%, 내년에는 4.9%로 추정되며 태풍과 노사분규를 고려하면 올해 성장률은 2.5%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향후 2·4, 3·4분기의 경제성장은 전적으로 수출과 건설부문에 의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에 박사의 ‘한국 잠재성장률 4%대 진입’ 발언은 이달 초 한국은행 고위관계자가 “한국의 잠재성장률 추정치를 4%대로 낮추기 위한 재산정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어서 주목된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4일 “한국은행이 약화된 성장잠재력을 반영해 5% 내외로 잡았던 잠재성장률 추정치를 낮추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으며 연말까지 결과를 낼 것”이라며 “현재의 잠재성장률은 4%대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