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대한 출자총액제한제도(출자규제)가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출자규제를 강화하거나 최소한 현행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재계는 “출자규제가 투자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경제정책 수장(首長)부처’인 재정경제부가 18일 외부 용역 보고서를 공개하며 재계를 우회적으로 지원하고 나서 주목된다.
이에 따라 출자규제를 둘러싼 대립 구도는 ‘공정위-참여연대’와 ‘재계-재경부’로 확대됐다.
특히 최근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출자규제를 둘러싼 논란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출자규제 논란 가열=재계와 공정위는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국경제연구원 포럼을 통해 출자규제 개편 방안에 대한 설전(舌戰)을 벌였다.
공정위 조학국(趙學國) 부위원장은 “이 제도는 소유지배구조 왜곡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출자총액제한제도의 기본 틀을 유지하되 실물투자에 장애가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적극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출자규제가 기업 투자와는 별다른 관계가 없다”는 견해를 여러 차례 내놓은 데다 ‘적용 제외’나 ‘예외 인정’ 규정을 대폭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좌승희(左承喜) 한경연 원장은 “차세대 성장산업도 출자규제 때문에 가로막히고 있다”며 “왜 정부가 기업을 불편하게 하느냐”고 반박했다.
출자규제 논란은 이날 열린 정부 부처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시장개혁 태스크포스’ 합동회의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태스크포스 위원인 서울대 이상승(李相承·경제학) 교수는 전날 발표한 ‘출자총액제한제도 개선 방향’ 보고서를 근거로 현행 출자규제를 대폭 완화해 기업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당분간 현행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기존 입종을 고수해 의견 차이만 확인했다.
▽항목별 쟁점=재경부와 공정위는 출자규제를 당장 폐지하기보다는 적용 방식과 세부 핵심 항목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놓고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우선 재경부는 서울대 용역보고서에서 제시된 ‘의결권 승수’를 출자규제의 새 기준으로 삼을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의결권 승수는 대기업 총수가 실제 갖고 있는 기업에 대한 소유권과 의결권의 비율이다. ▶표 참조
재경부는 의결권 승수를 이용하면 대기업의 출자한도가 대폭 커져 결과적으로 출자규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공정위는 의결권 승수가 기업의 소유지배구조를 나타내는 기준이 될 수 있지만 출자규제의 지표로 이용될 수는 없다는 반응이다.
부채비율이 100% 이하면 출자규제에서 ‘졸업’하는 현행 제도에 대해서도 재경부는 당분간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를 폐지한 뒤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부채비율 100% 졸업제’를 적용하면 삼성 등 일부 대기업이 출자규제에서 제외된다.
이밖에 재계와 재경부는 지주회사 요건도 완화하는 방안에 비중을 두는 반면 공정위는 그대로 둘 것을 주장하고 있다.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에 대해 순(純)자산의 25%까지만 다른 회사에 출자할 수 있도록 한 제도. 삼성 LG SK 등 17개 그룹이 적용 대상이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