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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大 “투자없이 명문 없다”…교육시장 개방에 위기감

입력 | 2003-09-19 18:29:00


교육시장 개방 등으로 대학의 위기의식이 높아가면서 서울의 주요 사립대들도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부 대학은 우수교원 확보를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는가 하면, 대학 환경개선에 수천억원을 투자하는 등 과감한 발전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현청(李鉉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다원화, 세계화 추세에 따라 서울시내 명문대들도 국내는 물론 국제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치열한 교수 확보전=무엇보다 대학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우수교수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치열하다.

성균관대는 지난해와 올해 일본 도쿄대의 동아시아 지역학 권위자인 미야지마 히로시 교수와 가상현실 권위자인 삼성종합기술원 이석한 박사를 전격 스카우트했다. 대학측은 이들에게 연봉과 연구비 등으로 1년에 1억원이 넘는 액수를 제시했다.

고려대의 경우 지난달 신규 교수 임용시 어윤대(魚允大) 총장이 면접장에 직접 나와 임용 후보들의 영어강의 능력 등을 꼼꼼히 살폈다.

수년 전 경희호텔전문대를 4년제 단과대인 호텔관광대학으로 승격시킨 경희대도 최근 관광학 분야에서 앞서 있던 S대 등에서 교수를 대거 영입했다.

신규 교수 임용도 건국대가 지난해 51명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104명의 교수를 채용하는 등 대부분의 서울시내 대학이 신규 임용 교수 수를 크게 늘렸다.

▽‘교육의 질’이 경쟁력=고려대는 내년부터 해외 유명교수 50여명을 초청해 여름방학 때 ‘인터내셔널 서머스쿨’을 열고 2005학년도까지 영어강좌 비율을 30%선으로 높일 계획이다.

성균관대도 현재 교수 1인당 35∼40명에 이르는 학생수를 2010년까지 25명 수준으로 낮추고 정년보장 교수 비율을 현재 100%에서 70%로 줄여 교수들의 경쟁을 유도할 방침이다.

중앙대도 개교 100주년을 맞는 2018년까지 모두 2600억원을 투자해 교수 연구를 지원하고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을 시행 중이다.

숭실대는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앞으로 7년 동안 1400억원을 투자해 형남기술관 기숙사 등 5개 건물을 신축하고 캠퍼스 전체를 아늑하고 편안한 환경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낡은 이미지를 바꿔라’=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캠퍼스 중앙문화예술관에는 가로 10m, 세로 9m의 파란색으로 흘려 쓴 ‘CAU’ 워드마크가 눈길을 끈다. 윤제환 홍보과장은 “학교를 나타내는 색깔도 녹색에서 청색으로 바꾸고 상징도 월계수, 방패 등 기존 스타일을 버렸다”며 “대학 이미지(UI·University Identity) 개선 작업을 한 이후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커졌다’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UI는 1996년 고려대를 시작으로 중앙대 숙명여대 광운대 국민대 서울시립대 등이 개선 작업을 마쳤으며 숭실대와 한국외국어대 등도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학이 잇달아 UI 개선에 나서는 이유는 대학의 얼굴인 심벌과 로고 등을 바꿔 기존의 낡은 이미지를 벗어나 창의적이고 발전 지향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것.

숭실대 고승원 홍보팀장은 “UI는 대학이 변화의 의지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동시에 대학내 구성원들에게 변화의 대열에 동참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의미도 있다”고 풀이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고려대-예술종합학교 국내 첫 '학사교류'▼

고려대는 2004년 1학기부터 국립 4년제 대학인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전면적인 학사교류협정을 맺기로 하고 이달 말 협정 조인식을 갖는다고 19일 밝혔다.

이번에 체결될 협정은 단순한 ‘학점 교류’를 뛰어넘어 재정분야를 제외한 학사업무 전체를 교류하는 것으로 국내 대학간 처음 이뤄지는 일.

고려대측은 “궁극적으로 미국의 하버드대와 레드클리프여대처럼 전면적인 협력, 통합관계를 모델로 하고 있다”며 “학사 합병이라고도 할 수 있는 교류”라고 설명했다.

고려대에 따르면 양교생들은 우선 내년부터 ‘1교 2캠퍼스’의 혜택을 받게 된다. 양교의 학생증을 가지고 서울 성북구 안암동과 석관동에 있는 양교의 강의실, 도서관 등 모든 시설물을 본교생의 신분으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또 상당수 교양과목과 일부 전공과목들은 교차수강이 가능하며, 이수학점도 모두 인정된다. 이를 위해 고려대는 어문 상경 법학 이공계열,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는 음악 연극 영상 무용 미술 전통예술 등 양교 특화분야에 대한 강좌를 확충하기로 했으며, 양교 교수들도 캠퍼스간 이동수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고려대측은 그동안 음대 미대 등 예술학부가 없었던 점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측은 종합대학의 교양학문 강의 인프라가 없었던 점에서 각각 학교의 이미지 제고와 미래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교는 또 교류협정을 통해 신규투자에 대한 재정적 부담을 덜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어윤대(魚允大) 고려대 총장은 “양교 캠퍼스가 거리상으로도 매우 가깝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명실상부한 종합교류 방침을 세운 만큼 사학 발전의 새로운 모델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