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지정하는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가 제 기능을 거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분양가 상승세를 꺾기 위해 세무조사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으나 이 역시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건설교통부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지금까지 양도소득세를 실거래가 기준으로 부과하는 투기지역으로 지정한 41곳 가운데 집값이 떨어진 곳은 4, 5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지역은 모두 올랐다.
특히 서울 강남구는 올 4월 30일 투기지역으로 지정될 때 95.3에 불과했던 집값지수(2003년 6월말=100.0)가 8월 말 현재 105.4로 무려 10.6%가 치솟았다.
5월 29일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강동구와 송파구가 8월 말까지 각각 7.4%, 4.0%가 오르는 등 서울 13개구 가운데 투기지역 지정 이후 집값이 떨어진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이 밖에 △경기 화성시(투기지역 지정일·5월 29일)는 지정 이후 6.7% △성남시 중원구(6월 14일) 2.3% △김포시(6월 14일) 2.5% △용인시(7월 19일) 1.3%의 상승률을 각각 보였다.
반면 강원 춘천시(7월 19일)는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뒤 집값이 1.4% 하락했고 인천 서구, 경기 군포시 및 고양시 일산구 등도 집값이 떨어졌다.
분양권 거래가 금지되고 분양방식도 제한을 받는 투기과열지구도 지정에 따른 가격 안정 효과가 거의 없었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6일 시 전체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으나 주택가격은 이후에도 꾸준히 올라 올 8월 말까지 6% 상승했다.
또 올 6월 7일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인천, 경기, 대전, 충북 청주·청원, 충남 천안·아산 등지도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 0.6∼4.3%가 올랐다.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뒤에도 대부분의 지역에서 집값이 크게 오른 것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는 상태에서 양도세 부담만 늘리자 주택수요자들이 늘어난 양도세 부담분만큼 비싸진 가격에도 주택매입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정부의 분양가 하향 조정 방침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분양가의 고공행진도 계속됐다.
건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서울지역에서 공급된 아파트의 평당 평균분양가는 978만4000원으로 작년 한 해 동안 분양된 아파트의 평당 평균분양가 822만9000원보다 18.9%가 비쌌다.
특히 대구는 올 상반기에 485만3000원으로 지난해(404만원)보다 무려 20.1%가 상승하면서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 조치 이후 최대의 상승폭을 보였다.
지역별 아파트 분양가 추이지역1998년1999년2000년2001년2002년2003년 6월서울543.5631.5685.7687.5822.9978.4인천300.0340.0370.0445.7495.0575.3경기366.0389.0425.3422.7535.0560.7
부산347.0381.1398.7441.3509.0526.7대구300.0340.0388.0389.0404.0485.3광주-280.0323.0299.3367.3367.0대전362.0379.3407.3410.7404.0484.5울산283.7302.3320.3342.0380.7415.0자료:건설교통부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지정 전후 집값 추이
(기준:2003년 6월말=100.0)지역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지정시세지정 당시8월 말서울강남구2003년 4월 30일95.3105.4송파구2003년 5월 29일98.7102.7강동구〃98.9106.3서초구2003년 6월 14일100.0104.0부산북구2003년 7월 19일100.3101.5해운대구〃99.899.8인천서구2003년 6월 14일100.099.8부평구2003년 7월 19일100.8102.0대전서구2003년 2월 27일-104.5
경기수원시2003년 5월 29일-103.3안산시2003년 5월 29일-98.9성남시2003년 6월 14일100.0102.3고양시2003년 7월 19일100.399.8강원춘천시2003년 7월 19일101.199.6충남천안시2003년 2월 27일-101.4아산시2002년 8월 18일101.6104.3경남창원시2003년 6월 14일100.0101.3지정 당시 집값 지수는 해당 월말 지준임. 자료:건설교통부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