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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문화계마저 ‘코드 논란’ 벌여서야

입력 | 2003-09-21 18:13:00


정부의 문화예술 단체장 인사에 반발해 연극인 100명이 집단으로 항의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정부 산하 문화예술 단체장에 진보계열의 민예총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임명되면서 문화계 내부에서는 ‘정치와 아무 관련이 없는 문화계까지 편을 가르는 인사’라는 반발이 계속되어 왔다. 이에 대해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는 일부 반대세력의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해 왔다.

그러나 성명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는 진보와 보수 등 성향에 관계없이 연극계를 이끌어 온 인사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성명에는 문화부의 단체장 인사는 물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설치 등 새 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한 우려와 의구심이 담겨 있다. 이는 ‘편파 인사’에 대한 문화계 내부의 광범위한 반발 움직임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이창동 문화부 장관의 입장은 ‘투명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쳤으며 공교롭게도 민예총 인사들이 많이 뽑힌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민예총 인사들이 단체장에 임명되는 일이 계속되고 있고 아울러 여러 잡음이 불거지고 있는 현상은 이 장관의 해명만으로는 설명되기 어렵다.

상식과 균형감을 지닌 문화정책 담당자라면 오히려 특정세력 일색으로 문화예술 단체장들이 채워지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특정세력이 단체장을 휩쓸게 되면 문화계가 정치적 색채로 물들 수 있고 내부 갈등이 불가피할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문화 발전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파문이 커지자 이 장관이 연극인들을 만나 문화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밝혔다지만 ‘편파 인선’이 불러온 문화계의 갈등이 그 정도 수준에서 봉합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문화 여건을 개선하고 창작 의욕을 고취시키는 문화행정을 펴기는커녕 엉뚱한 ‘편 가르기’에 힘을 쏟은 잘못이 있었다면 엄정한 문책과 시정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문화계마저 ‘코드 논란’에 휩싸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