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지난해 외국 잡지에서 도요타 자동차의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 광고를 본 적이 있었다. 그 때 눈길을 끌었던 광고 카피는 이랬다.
“우리는 자동차 문이 닫히는 ‘소리’만 별도로 연구하는 엔지니어가 있습니다.”
당시 “도요타는 ‘소리’에 집착하는 회사겠구나”라고 나름대로 생각을 했다.
렉서스 중에서도 최고급 모델인 2004년형 뉴LS430을 홋카이도 나요로에 있는 도요타 주행시험장에서 시승하는 기회를 가졌다. 주행시험장 총 연장길이는 10km. 렉서스는 주로 이곳에서 개발테스트를 받는다고 한다. 도요타측은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최고 속도를 평상시보다 낮은 속도인 시속 180km로 제한했다.
외관부터 살펴보았다. 헤드램프 위치를 조금 낮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안전감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게 렉서스 개발 담당 엔지니어의 설명. 배기파이프를 바깥 방향으로 더 빼내 눈에 잘 띄었다. 이는 스포티한 이미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밟자 속도가 순식간에 ‘시속 100km→130km→150km→180km’까지 쭉쭉쭉 올라갔다. 눈에 보이는 계기판 바늘의 변화가 믿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속도가 시속 180km까지 올라가도 옆에 탄 사람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차 내부가 조용했다.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차’라는 렉서스에 대한 평가가 허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동만 걸고 출발하지 않았을 때의 뉴LS430의 실내 소음도는 31데시빌(dB)로 평균적인 도서관 소음도(40dB)보다 조용하다고 한다.
시속 180km를 유지한 상태에서 CD 플레이어를 틀었다. 오디오 시스템은 마크 레빈슨의 프리미엄 오디오. 마크 레빈슨을 통해 이글스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마치 공연장에 있다는 착각을 줄 정도였다. 오디오시스템 작동 스위치가 핸들에 붙어 있어 편리했다.
가속페달을 더 밟았다. 매끄럽게 가속이 됐다. 속도계가 시속 210km를 가리켰다. 그러나 차 내부에서는 소음이 그다지 증가하지 않았다. 떨림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조용하면서도 승차감이 좋은 렉서스의 진가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부족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외부 소음 차단을 최우선시하는 렉서스 설계의 특성상 차 안에 있을 때에는 외부와 유리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외부 도로 사정을 있는 그대로 전달 받기를 원하는 운전자들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면 너무나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일까?
나로요(일본)=공종식기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