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축구가 브라질에 참패하며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한국은 22일 미국 워싱턴DC RFK스타디움에서 열린 2003미국여자월드컵축구대회 B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브라질의 스트라이커 마르타와 카티아(2골)에게 연속골을 허용하며 0-3으로 완패했다.
당초 최소한 무승부를 예상했던 한국은 이 패배로 8강 진출을 위해서는 2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프랑스전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이날 경기는 한국 특유의 끈끈한 조직력이 실종된 채 시종 끌려 다니며 당한 완패. 브라질은 개인기를 앞세운 공격력은 예상대로 화려했지만 조직력 특히 수비력은 엉성했다. 하지만 그 정도도 월드컵 무대에 첫 출전한 한국이 뚫기는 역부족이었다.
한국은 전반 초반 이지은과 박은선을 투톱, 김결실을 플레이메이커로 내세운 채 미드필드에서 강한 압박을 펼쳤다. 그러나 전반 14분 김결실이 페널티 지역 안에서 핸들링 반칙으로 마르타에게 페널티킥 골을 허용했다.
후반 들어 한국 선수들은 더욱 위축됐고 브라질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후반 10분 주심의 파울 휘슬에 한국 선수들이 잠시 넋을 놓고 있던 순간 지난해 미국여자프로축구리그(WUSA) 득점왕 출신인 카티아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대각선 슛으로 가볍게 차 넣어 추가골을 뽑았다. 위험지역에서 재빨리 수비를 정비하지 못한 허점이 여지없이 실점으로 이어진 것. 카티아는 7분 뒤 시몬이 미드필드에서 길게 찔러 준 공을 받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오른발 슛으로 쐐기골을 뽑았다.
한국은 스트라이커 박은선이 전반 25분 상대 골문 앞에서 수비수를 등지고 돌아서며 날린 첫 슈팅과 후반 24분 몸을 던지며 날린 결정적인 찬스가 모두 골키퍼에 막혀 월드컵 첫 골을 신고하는데 실패했다.
안종관 감독은 “플레이 자체가 안됐다. 미드필드진이 제 몫을 못해 한 가운데를 완전히 브라질에 내준 상태에서 쩔쩔 매기만 했다”고 털어놨다. A조 경기에서 전 대회 우승국 미국은 최고 스타 미아 햄이 어시스트만 3개를 챙기는 활약에 힘입어 스웨덴을 3-1로 제압했다. 또 중국은 지난대회 최우수선수(MVP) 쑨원의 결승골로 가나를 1-0으로 제압했고 러시아는 호주를 2-1로 물리쳤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22일 전적
△A조
미국 3-1 스웨덴
△B조
브라질 3-0 한국
△D조
중국 1-0 가나
러시아 2-1 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