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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영재교육 이렇게…영재인지 아닌지 정확한 검사부터

입력 | 2003-09-22 18:06:00

서울 한성과학고 영재반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다른 학생의 발표내용을 듣고 있다. 한성과학고는 중학교 2,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2년 과정의 영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미옥기자


2000년 1월 영재교육진흥법이 공표된 이후 국가 차원의 영재교육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 영재교육은 전국 시도교육청과 대학, 특수목적고등학교 등에서 실시되고 있는데 과거와 달리 체계적이며 과학적인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어 학부모나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

▽영재란?=형이 공부하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본 뒤 세 살 무렵 동화책을 줄줄 읽는 아이, 피아노를 가르쳐주자 하루 종일 피아노 치기에 몰두하는 아이.

자녀들의 이런 모습을 본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영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영재성은 수학, 과학을 비롯해 운동, 음악, 미술, 언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는데 영재가 갖춰야 할 요건으로는 지능, 창의성, 과제집착력이 꼽힌다.

과거의 일을 정확히 기억하거나 한번 풀기 시작한 문제는 끝까지 풀어내려고 애쓰는 경우, 특정 분야의 일에 흥미를 느끼고 장시간 이에 몰두할 경우는 영재성이 있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일단 자녀가 영재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대학이나 교육청 등 공신력을 갖춘 교육기관에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영재 능력을 가진 영역 외에 관심이 없는 영재의 경우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영재 여부를 판별하고 이에 맞는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

▽어디서 어떻게 실시하나=올해 개교한 부산과학영재학교는 학교 형태로 운영되는 유일한 영재학교. 또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각 지역교육청에 영재교육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대, 연세대 등 대학에서도 영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과학고 한성과학고 서울예고 국악예고 선린인터넷고 등 특수목적고교에서도 영재반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시도교육청이나 대학, 중고교에서 별도로 운영하는 영재반의 경우 기관별로 차이가 있지만 1년 과정으로 운영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주중 특정한 요일에 방과 후 수업을 하거나 토요일 오후를 이용해 수업하는 형태로 운영되는데 한 반 인원은 15∼20명으로 무상 교육이다.

초등학생은 5, 6학년, 중학생은 2, 3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개 3월경 학교에 공문을 보내 추천을 받은 뒤 자체 시험과 면접 등 4단계 전형을 거쳐 선발한다.

▽유의할 점=영재교육 열풍이 불면서 사설 영재교육기관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지만 성적 향상이나 입시를 위한 선행 학습을 시키는 곳이 대부분으로 진정한 영재교육기관으로 보기는 어렵다.

때문에 영재교육을 위해 사설 학원을 선택할 때는 우선 강사진이 영재교육 전문가인지, 지식 전달이 아닌 창의성 계발에 중점을 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연구실 조석희 실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여러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영재교육의 핵심”이라며 “영재교육은 성적 향상과 진학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개개인이 지닌 특성과 잠재력을 계발함으로써 영재들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성과학고 김규상 영재교육부장교사는 “영재아의 경우 영재성을 보이는 영역만을 계발할 경우 사회에서 적응하기 어려우므로 다른 영역도 함께 지도할 필요가 있다”며 “부모는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통해 새로운 상황을 부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전문가 2人의 영재교육 관련 기고▼

◇ 심현각 서울시교육과학연구원 연구사

“영재교육을 받으면 대학 입학시험에서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나요?”

영재교육 상담을 받을 때 학부모들로부터 가장 먼저 듣는 질문이다.

이처럼 상당수 학부모들은 영재교육을 잠재력과 창의성을 키워 주는 교육이 아니라 입시를 위한 방편의 하나로 여기는 경향이 많다.

자녀의 진학을 염려하는 부모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그럴 때면 입시 위주의 교육이 빚어낸 서글픈 현실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할 때가 많다.

영재교육은 선행학습 등 교과학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영재성을 지닌 학생의 창의성과 잠재력을 계발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 영재 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식 개별화 교육이 제공돼야 한다.

서울시교육과학연구원에서는 올해부터 고등학교 1학년 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5개 학급에서 수학 과학 영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과학연구원에서는 학생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대학교수나 전문가의 특강을 비롯해 과제연구 탐사활동 탐구발표대회 국내외 현장체험학습 등을 실시하고 있다.

올바른 영재교육을 위해서는 학부모 역시 영재교육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영재교육이 입시 준비 시간을 뺏는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녀가 지닌 영재성을 계발하는 것으로 인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영재교육의 연계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초중고교와 대학에서 영재교육을 받은 학생들에 대한 유인책도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다수 과학고교에서는 영재교육원 수료자에게 입학 시 가산점을 주고 있는데 이는 영재아의 지속적인 교육을 위한 제도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최승택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지난달 방문한 이스라엘 레흐보트시의 와이츠만 과학연구소.

이 연구소에서 운영하는 한 영재반 교실에서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2학년 학생 15명이 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교사 4명의 지도를 받으며 커다란 흰색 천 위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이들 학생은 붓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물감을 뿌려서 무늬를 나타냈고, 그리는 그림도 제각각이었다. 학생들은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그림을 그리면서 확대 축소 등 수학의 비례 원리를 함께 배우고 있었다.

이처럼 이스라엘의 영재수업은 미술 수학 과학 등 여러 영역을 통합적으로 지도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또 수학 과학은 물론 미술 음악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영재들을 발굴해 지도하고 있었다. 영재성을 지닌 특정 분야만을 교육하기보다는 다양한 분야를 접하면서 사회성을 동시에 기르도록 하는 것도 이스라엘 영재 교육이 강조하는 대목 중 하나였다.

1만여평의 연구소 마당에 설치된 각종 놀이기구에는 삼각형, 사각형 등 다양한 형태의 부착물들이 설치돼 있어 학생들이 직접 만져보고 형태를 변화시키면서 도형의 원리 등을 자연스럽게 깨닫고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스라엘 학생들은 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 대부분 영재테스트를 받는다. 영재로 판별될 경우 와이츠만 과학연구소를 비롯해 각 지역의 연구센터에서 영재교육을 받게 된다.

영재 판정을 받지 못한 학생들도 본인이 희망할 경우 영재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지원자가 많을 경우 인터뷰를 통해 학생을 선발한다. 영재수업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주로 방과 후 별도의 영재반 수업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 연구소에서 실시하는 여름방학 영재 프로그램에는 세계 각국의 학생들이 팀을 짜 지원하는데 한 달간 지내면서 각종 실험 실습을 하며 연구 과제를 수행하게 된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영재교육담당 교사 40명을 선발해 8월 23일부터 25일간 이스라엘의 영재교육기관에서 연수를 실시했으며 앞으로 영재 교육을 위한 교사 연수를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