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과 신비의 세계.’ 절경을 자랑하는 제주 당처물동굴을 탐사하고 있는 동굴 탐험가들. 당처물동굴은 천연기념물 384호로서 세계에서 유일한 용암지대 내의 석회동굴이다. 제주=석동율기자
“동굴은 신비와 경이 그 자체다.”
동굴 전문가의 이 말대로 동굴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환상적이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동굴에 들어서는 순간 사람들은 별세계에 온 느낌에 빠져든다. 그러나 동굴탐험은 생각처럼 쉽지도, 간단하지도 않다. 동굴탐험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 아름다운 지하세계
국내에는 석회동굴, 용암동굴, 파식동굴의 세 가지가 모두 있어 다양한 지하세계를 보여준다. 단양의 고수굴을 비롯한 석회동굴은 석회암이 지하수나 빗물에 의해 조금씩 깎이거나 녹아 만들어진 것. 종유석과 석주, 석화 등 자연이 창조한 황홀한 ‘조각품’이 즐비하다. 15m가 넘는 멋진 폭포가 흐르는 삼척의 관음굴도 석회동굴.
화산폭발로 만들어진 용암동굴은 석회동굴보다는 수가 훨씬 적다. 제주의 만장굴이 대표적인 용암동굴. 또한 파도와 거센 물결에 의해 생긴 파식동굴은 바닷가나 강가에 많다. 흑산도의 옆목굴, 홍도의 홍어굴 등.
● 동굴 탐험은 어떻게?
이처럼 아름다운 동굴을 직접 탐험할 방법은 없을까.동굴 탐험을 산행만큼 간단한 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등산화와 랜턴, 배낭에 간단한 간식거리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굴 탐험은 생각처럼 간단하지도 않을뿐더러 동굴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다.
우선 국내에 동굴 탐험단체가 드물다. 동국대와 건국대에 동굴탐사 동아리가 있지만 일반인들은 접하기 어렵다. 몇 년 전까지 ‘동화 엔담’, ‘거산 레저’ 등 레포츠 업체들이 동굴 탐험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지금은 없다.
절경을 자랑하는 동굴은 대부분 천연기념물이나 지역 문화재로 지정돼 봉쇄된 상태. 동굴은 인간이 들어가는 순간부터 훼손되기 때문에 자연 보호 차원에서 전 세계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동굴이 발견되는 즉시 폐쇄해버리기 때문.
현재 정부 차원에서 개발해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대표적인 동굴은 10여개. 울진의 석류굴, 영월의 고씨굴, 단양의 고수동굴, 천동굴, 남굴, 노동굴, 삼척의 환선굴, 정선의 화암굴, 제주의 만장굴 등이다. 이런 동굴들은 답사 코스로 잘 개발되어 있다.
요즘은 중국이나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외국의 동굴탐험이 추세다.
● 동굴 탐험가가 될 수 있는 길은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동굴을 탐험해 보고 싶으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의 동굴 수는 공식적으로는 250여개지만 이 밖에 알려지지 않은 것까지 합치면 500여개에 이른다는 것. 문제는 가는 길을 찾기 어려운데다 막상 도착하더라도 안전 등의 문제로 아마추어끼리는 동굴 탐험 엄두를 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내 최고의 동굴 탐험 전문가로 꼽히는 석동일 그린존닷컴 대표에게 연락을 해보자. 그는 26년간 동굴 탐험과 동굴 전문 사진작가로 활약해 온 국내 최고의 전문가. 그가 내세우는 조건이 까다롭긴 하지만 자연을 아끼고 동굴 탐험에 뜻이 있는 사람이면 첫 관문은 통과한 셈이다. 연락처 zipdong@chollian.net
▼“자연사랑-고도의 등반실력 필수”…동굴탐험 전문가 석동일 그린존닷컴 대표
“동굴 탐험은 등반 기술 중에서도 최고의 난이도를 필요로 하는 특수 등반입니다. 따라서 동굴 탐험을 하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국내 최고의 동굴 탐험가로 꼽히는 석동일(52) 그린존닷컴 대표. 그는 “26년 동안 동굴 탐험에 매달렸지만 예전에 갔던 동굴을 다시 들어가도 새로운 신비감을 느낄 정도로 동굴은 오묘한 비경의 세계”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굴은 인간이 들어가는 순간 훼손되기 때문에 자연을 내 몸처럼 아끼지 않는 사람이라면 동굴 탐험을 할 생각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자연 사진작가와 생태운동가로도 알려진 그는 “‘동굴의 아름다움을 혼자서만 감상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아냥도 들었지만 동굴이 망가지는 게 안타까워 최근에는 동굴에 가지 않고 있다.
석 대표는 동굴 탐험을 위해서는 우선 전문가 수준의 등반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컴컴한 어둠 속에서 불빛에 의지해 등반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등반 기술이 필요하다고. 수직 동굴의 경우에는 수십m를 자일을 타고 오르내릴 수 있어야 하고 어둠 속에서 감각만으로 암벽 등반을 할 수 있는 기량과 체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석 대표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종유석은 1년에 2mm 밖에 자라지를 않습니다. 도굴꾼들이 수 천 년의 세월을 통해 형성된 귀한 종유석을 마구 훼손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찢어질 것 같습니다.”
석 대표는 “동굴 탐험은 절대 혼자 해서는 안 되고 최소한 4명 이상이 팀을 이뤄서 해야 한다. 동굴 탐험을 할 만한 자질을 갖춘 사람들이면 내가 아는 동굴로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98년 동강 유역에서 244개의 동굴을 발견해 동강개발을 저지시킨 공로로 그 해 환경인상을 받은 석 대표는 동굴을 비롯한 자연 생태계 사진을 20만장 이상 찍어 ‘한국의 동굴’ ‘동굴의 비밀’ 등을 펴냈고 최근에는 해안 사구 보호운동을 펼치고 있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