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손꼽아 기다려온 ‘영화의 바다’가 활짝 열린다.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0월2일 개막된다. 열흘간 60개국에서 출품된 240여 편의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다. 영화제 프로그래머 김지석씨와 전양준씨의 추천을 받아 관객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 10편과 마니아라면 꼭 챙겨볼 만한 작품 10편을 소개한다. 그리고 영화제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정보들을 알아본다.》
○옹박(부문 오픈시네마·감독 프라차야 핀카엡)=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태국 영화 중에서도 독특한 매력을 지닌 액션 영화. 이 작품은 홍콩과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외피에 태국 고유의 정취를 담은 작품이다. 주인공 피놈 이럼의 과감하고 화려한 액션은 태국 고유의 무술인 무에타이의 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툭툭(태국의 삼륜 오토바이 택시)의 추격 장면도 압권. 감독인 프라차야 핀카엡과 70년대 태국 액션영화의 전설적 감독인 판나 리티크라이가 의기투합해 새로운 스타일의 액션영화를 탄생시켰다.
○오사마(뉴커런츠·세디그 바르막)=탈레반 정권 이후 최초의 아프가니스탄 극영화. 모흐센 마흐말바프 제작. 생계비를 벌기 위해 남장(男裝)을 해야만 하는 어린 소녀의 비극적 이야기는 관객들이 아프가니스탄의 처참한 현실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한다. 마지막 장면의 비극적 결말은 오랫동안 관객의 뇌리에 남을 것이다. 특히, 실제로 거리에서 구걸하면서 학교에 다니다가 여주인공으로 픽업된 11세 소녀 마리나 골바하리의 사실적인 연기와 슬픔에 가득 찬 눈망울은 이 작품의 품격을 높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나핫(오픈시네마·아몰 팔레카)=10세기 인도 궁정을 배경으로 아이를 갖지 못한 왕과 왕비의 갈등과 화해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간 작품이다. 자신의 문제 때문에 아내를 다른 남자와 동침시켜야 하는 왕의 고민은 관객의 동정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아몰 팔레카 감독은 대규모 제작비를 들이지 않고도 화려한 궁정과 궁정의상, 뛰어난 색감을 화면 가득히 채웠다. 왕비 역을 맡은 소나리 벤드레의 눈부신 미모와 연기가 인상적이다.
○겟업(오픈시네마·이즈츠 카즈유키)=내일이면 교도소로 가야하는 야쿠자 두목의 마지막 소원은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딸을 만나는 것과 미국 가수 제임스 브라운의 공연을 보는 것이다. 야쿠자 두목의 친구는 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제임스 브라운을 납치하는데, 사실 그는 ‘짝퉁 제임스 브라운’이다. 하지만, 두목은 좌충우돌 끝에 직접 무대에서 제임스 브라운의 노래를 부르게 되고, 딸의 용서를 받는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제임스 브라운의 흥겨운 레퍼토리와 야쿠자들의 좌충우돌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유쾌한 시간을 제공한다.
○안녕, 용문객잔(아시아 영화의 창·차이밍량)=극장이 주인공인 차이밍량의 작품. 내일이면 문을 닫을, 타이페이에 있는 1000석 규모 극장의 마지막 상영시간. 소수이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극장을 찾는다. 그들 중에는 ‘용문객잔’의 주연배우 먀오티엔도 있다. 사라져 가는 옛 극장문화, 이미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 버린 옛 스타에 대한 향수가 진하게 배어 있는 이 작품은 한국관객들에게도 매우 친밀하게 다가갈 것이다.
○웨일 라이더(오픈 시네마·니키 카로)=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왕가라 부족의 후손들은 그들의 조상이 수천 년 전 고래를 탔다고 믿고 있다. 장자(長子)만이 부족의 족장을 계승하는 것이 이들의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만일 여자가 족장들의 만신전에 들어가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름다운 풍광과 자연스러운 연기가 돋보인다.
○굿바이, 레닌(오픈 시네마·볼프강 베커)=만약 당신이 동독에서 살았다면 1989년 10월에는 결코 혼수상태에 빠져서는 안 된다. 그러나 골수 사회주의자인 알렉스의 어머니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고 만다. 8개월 뒤, 알렉스의 어머니는 의식을 되찾지만 심장이 너무나 약해져서 작은 충격조차도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알렉스는 어머니의 건강을 위해 독일 통일의 사실을 숨겨 레닌이 결국 승리했다는 그의 믿음을 지켜 주기로 결심한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결코 웃을 수만은 없는 영화.
○대단한 유혹(캐나다 특별전·장 프랑수아 풀리오)=어획고가 급감하면서 쇠락의 길에 접어들고 있는 항구마을 생 마리 라 모데르느. 정부 보조금에 기대어 살아가던 이곳의 어부들은 한 회사가 마을에 공장을 건설하려 하자 이를 마을 재건의 호기로 여긴다. 그러나 지역 내에 거주하는 의사가 없으면 공장 건설은 불가능하다. 제르멩은 마을의 재건을 위해 젊은 의사 루이스를 모셔 오기 위해 앞장선다. 다른 주민들도 마을이 더할 나위 없이 살기 좋은 곳임을 설득하기 위한 ‘대단한 유혹’에 동참한다.
○이블(월드시네마·미카엘 하프스트롬)=16세 에릭의 삶은 폭력과 갈등으로 점철돼 있다. 동급생을 구타한 죄로 공립학교에서 퇴학당한 에릭은 유명 사립학교로 전학가지만, 그곳엔 암묵적으로 상급생이 하급생을 학대하는 악의 고리가 체계화돼 있다. 타고난 반항아인 에릭은 과연 교칙을 지키면서 퇴학당하지 않고 이러한 폭력에 저항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작품은 젊은 날의 폭력과 그에 대한 저항, 진정한 우정, 그리고 막 시작되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르 디보스(월드시네마·제임스 아이보리)=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이자벨은 임신 중인 언니 록시를 만나기 위해 파리를 찾는다. 낭만적인 시인인 록시는 프랑스 사람인 바람둥이 남편과 이혼하길 원하지만 이자벨은 형부의 삼촌인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다. 이 작품은 ‘파리의 미국인’이라는 전형적 테마를 살짝 비틀어, 미국과 프랑스의 문화적 다양성과 인생을 대하는 두 문화의 골 깊은 차이를 그려냈다.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부산국제영화제 100배 즐기기▼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도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거리축제, 영화인과의 만남 등 다채로운 참여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사진제공 부산국제영화제
10월2일 시작되는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일본 영화 ‘도플 갱어’로 문을 연 뒤 박기형 감독의 ‘아카시아’로 막을 내린다. 한국 영화가 폐막작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영화제는 44개국 99편의 작품이 출품된 ‘월드 시네마’를 비롯, 종교와 내전 등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한 ‘아시아 영화의 창’, 젊은 영화인들의 작품을 모은 ‘새로운 물결’ 등 9개 부문 240여편이 상영된다.
‘도플갱어’는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분신을 만난 중년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일본의 국민배우로 불리는 야쿠쇼 코지가 주연을 맡았다. 심혜진이 주연한 ‘아카시아’도 ‘여고괴담’으로 주목을 받은 박 감독의 신작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특별기획 프로그램으로는 ‘캐나다 영화 특별전’ ‘경계에 선 영화: 중국 독립영화 특별전’ ‘무지개를 기다리며: 아프가니스탄과 영화’ ‘파로허저드 특별전’이 열린다. 영화제 이모저모와 영화를 알뜰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예매=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 영화 관람 일정 외에도 부대 행사를 꼼꼼히 챙겨 영화보기와 축제참여를 연계하는 것이 좋다. 저녁시간에 열리는 야외행사에 참석할 때는 찬 바닷바람을 감안해 긴팔 웃옷을 준비해가야 한다. 상영스케줄과 각종 행사 등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www.piff.org)에서 얻을 수 있다. 일반 상영작 입장권 예매는 24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계속된다. 표를 예매할 곳은 △영화제 공식홈페이지 △부산은행 전국 각 지점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점과 대구·수원 메가박스 △대한극장 등이다. 야외상영작을 포함해 티켓 가격은 회당 5000원.
10월 2∼10일에는 부산 해운대 수영만 요트경기장과 해운대 메가박스, 3∼9일에는 부산 남포동 부산극장과 대영시네마에서도 임시매표소를 운영한다. 가격의 20%를 할인해주는 앞 좌석 2개 열은 상영 당일 해당 상영관 임시매표소에서 선착순 판매(야외상영 제외)한다. 개·폐막작 입장권 예매는 이미 끝났다.
▽부대행사=‘친구’의 감독 곽경택, 영화배우 강수연 정우성 장진영 이서진 윤소희 등이 참여하는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 기념 하우젠 영화 라디엔티어링’ 행사가 3일 오전 10시 부산 해운대 수영만요트경기장에서 열린다. 수영만 요트 경기장에서부터 약 6km에 걸쳐 펼쳐지는 거리축제로 영화 캐릭터쇼, 팬사인회, 페이스페인팅, 경품추첨, 야외 영화음악회 등이 진행된다. 참가자들이 개별적으로 특별의상을 마련하면 가장무도회 퍼레이드에 참여할 수 있다. 인터넷(www.psb.co.kr)과 전화(051-850-9250)를 통해 선착순 1만 명을 접수한다. 참가비 1만원.
영화 상영 이후 감독 및 배우들이 관객과 만나는 행사가 많이 마련된다. 또 영화제 기간 동안 매일 오후 7시반∼10시 부산 남포동 PIFF(부산국제영화제) 광장에선 세계 각국 감독 및 배우들과 만날 수 있는 야외무대 이벤트도 펼쳐진다. 10월 4,7,8일 해운대 메가박스에서는 각기 ‘경계에 선 영화-중국독립영화 특별전’, ‘아프간 그리고 아프간영화’, ‘파로허저드 시낭송회’를 테마로 한 무료 이벤트 ‘오픈토크’가 마련된다.
아프가니스탄 영화 특별전의 하나로 필기구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 아프간 어린이들을 위한 ‘사랑의 펜 모으기’ 행사도 10월 2∼10일 열린다. 이번에 모은 필기구들은 탈레반 정권 이후의 아프가니스탄을 다룬 최초의 영화 ‘오사마’의 감독인 세디그 바르막 감독을 통해 아프간 어린이들에게 전해진다.
▽참가게스트=개막식은 영화배우 박중훈과 방은진이, 폐막식은 황정민과 김호정이 진행한다. 개막작 ‘도플갱어’의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과 주연 배우인 일본의 국민배우 야쿠쇼 고지가 영화제에 참석한다. 폐막작 ‘아카시아’의 박기형 감독과 배우 심혜진, 김진근 등 국내 배우들도 자리를 함께 한다.
‘칸다하르’ 등을 연출한 이란의 거장 모흐센 마흐말바프는 올해 처음 수여되는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을 위해 부산을 찾는다. 마흐말바프 감독의 두 딸이자 감독으로 활동중인 사미라(23)와 하나(15)도 아버지와 동행한다. 사미라는 ‘오후 5시’ ‘블랙 보드’를 연출했으며, 하나는 올해 최연소 감독으로 베니스영화제에 진출한 경력이 있다.
한국 액션영화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정창화 감독은 올해부터 독립한 ‘한국영화회고전’을 위해 미국에서 잠시 귀국한다. ‘죽음의 다섯손가락’ ‘나그네 검객 황금 108관’ ‘황혼의 검객’ 등 그가 만든 영화 9편이 소개된다.잉그마르 베르히만, 보 비더버그와 함께 스웨덴 영화 3대 거장으로 평가받는 얀 트로엘 감독도 방한한다. 두 감독은 4, 7일 PIFF 광장에서 열리는 핸드 프린팅 행사에 참석한다. 영화 ‘오사마’의 감독 세디그 바르막과 올해 부천영화제에서도 특별전이 마련됐던 캐나다 감독 가이 메딘도 부산영화제를 찾을 예정.
‘아비정전’ ‘중경삼림’ ‘화양연화’ 등으로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왕자웨이(王家衛) 감독과 ‘와호장룡’의 프로듀서 필립 리,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이명세 감독, ‘봄날은 간다’의 허진호 감독 등은 영화제 프리마켓인 PPP(부산 프로모션 플랜)에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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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시인이자 감독인 포루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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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