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먹은’ 차량들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전 동구 대성동 K자동차매매상사에서 중고 승합차를 구입한 최모씨(43)는 1년 가까이 속을 태우고 있다.
최씨는 외양도 깔끔하고 가격(1250만원)도 적당해 구입한 이 승합차가 산 지 1주일도 지나지 않아 소음이 커지고 RPM이 정상의 3배에 이르는 등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해 하루가 멀다 하고 고장을 일으켰다.
차량 제조사의 서비스센터에서 ‘완전 침수됐던 차량’이란 답변을 받은 최씨는 올 1월 매매상사 대표 이모씨(52)에게 배상을 요구했다. 이씨는 처음에는 억지를 부린다며 잡아뗐으나 증거물을 들이대자 “떠돌이 중매인에게서 구입해 침수차량인지 몰랐다”면서 일부 배상을 약속했다.
문제의 승합차는 강원 강릉시 I횟집 주인 최모씨가 지난해 8월 말 자신을 찾아온 자동차 매매업자에게 550만원에 팔아넘긴 태풍 ‘루사’로 인한 침수 차량으로 밝혀졌다.
이 차량은 여러 중간 매매상을 거치다 그해 10월 21일 K자동차매매상사에 넘겨졌다. 중간 매매상들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차량을 등록하지 않아 최씨는 보험 만기 전에 차를 팔고도 보험 미가입 과태료를 물어야 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현재 매매되는 차량 중 침수차량이 한두대가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는 “자동차 매매상들이 강원지역에서만 수해 차량 수천대를 매입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자동차 정비업계 관계자는 “차량을 구입할 때 매매상사로부터 자동차성능기록표를 받아 두어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면서 “차량의 침수 여부는 곧바로 확인할 수 있어 침수 사실을 모르고 팔았다는 자동차 매매상의 말을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