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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예산안]청년실업 예산 50% 대폭 늘려…5390억 내정

입력 | 2003-09-23 18:53:00


《내년 예산안은 사회복지와 국방비가 대폭 늘어나는 대신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산업 및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이 줄어든 게 특징이다. 특히 보육과 노인복지 지원 등 복지 분야가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합쳐 9.2% 늘어나 최고의 증가율을 보인다. 또 교육 예산은 6.0% 증가한 26조3904억원으로 분야별 예산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한다. 반면 SOC와 산업·중소기업 예산은 각각 6.1%, 11.2% 줄어든다.》

▽사회복지 강화=실제 소득이 최저 생계비(4인 가구 기준 월 102만원)의 100∼120% 수준인 저소득층 가운데 만성·희귀 질환자 2만2000명에 대해 의료급여가 지급된다. 또 이들 저소득층 1만명이 자활 근로사업에 새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가운데 근로 능력이 있는 의료급여 2종 수급자의 진료비 본인 부담률이 20%에서 15%로 낮춰진다. 국민연금 직장가입 대상이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되고 고용보험 적용대상도 일용근로자와 노령자까지 넓어진다.

이 밖에 △치매, 뇌중풍을 앓는 노인의 요양시설이 366개에서 458개로 △치매병원은 45개에서 54개로 △영아, 장애아 전담시설 등 보육시설이 60개에서 400개로 각각 늘어난다.

▽청년실업 대책=최근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청년실업’을 완화하기 위해 5390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이는 올해(3612억원)보다 49% 정도 증가한 것이다.

이 가운데 국내외 현장연수와 일자리 창출사업 등에 대한 예산으로 3684억원이 투입된다. 구체적으로는 △청소년 직장체험 739억원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 242억원 △해외시장 개척요원 양성 60억원 △해외봉사단 파견 222억원 등이다. 34개의 청년취업지원실을 설치하는 데에도 96억원이 배정됐다.

▽교육투자 확충=지방대학 지원 예산을 2200억원으로 올해보다 700억원 늘리고 산학협력 우수 거점대학에 300억원을 새로 지원한다.

이공계열 대학(원)생 장학금은 240억원에서 540억원, 학술연구조성사업에 대한 지원비는 2276억원에서 2300억원으로 각각 늘어난다.

중학교 무상 의무교육을 전면 실시하고 저소득층 유치원학비 지원을 만 5세에서 만 3∼4세까지 확대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220개를 신설해 학급당 평균 학생수를 33명 이하로 줄이고 교원은 5200명 증원한다.

▽SOC 투자 및 주거 대책=광역철도·도로를 건설하기 위한 예산이 2830억원에서 내년에는 4190억원으로 늘어난다. 지하철 건설사업에 대한 투자비도 8275억원으로 1177억원 증액됐다. 또 물류중심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 건설투자에 1623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국민임대주택 건설물량을 10만가구로 늘려 잡았으며 최소형 아파트(14평형)의 재정지원 비율을 30%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국방력 강화=국방력 증강과 장병의 사기 및 복지 증진을 위해 국방예산이 18조9412억원으로 8.1% 늘어난다. 이는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사병 내무반 시설을 침상에서 침대로 단계적으로 바꿔 사병 1인당 공간이 0.8평에서 2평으로 넓어질 전망이다. 사병 봉급도 월 평균 2만3800원에서 3만5000원으로 47.1% 오른다.

무기 도입 등 전력증강사업 예산은 6조3000억원으로 올해보다 9.8% 늘어난다.

▽문화 관광 지원=‘유교문화권 관광’ 개발사업에 411억원, ‘남해안 관광벨트’ 개발사업에 276억원이 책정됐다.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등 문화산업의 콘텐츠 창작 기반 강화, 마케팅 활성화, 전문 인력 양성과 기술개발에 369억원을 지원한다.

이 밖에 콘텐츠 업계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종합 콤플렉스와 스튜디오 건립에 올해보다 4배 많은 170억원이 책정됐다. 또 국립디지털도서관(200억원)과 국립부산국악원(60억원) 건립을 추진한다.

▽농어촌 지원=영세 농어가(農漁家)의 영·유아 보육비를 월 평균 10만2000원씩 새로 지원하고 농어민연금 지원금도 현행 7150원에서 내년에는 1만1650원으로 늘린다.

농작물재해보험 대상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농업인 재해공제 보상수준도 상향 조정해 사망보험금이 올해보다 3.3배 많은 1000만원으로 늘어난다. 농어민 부채 부담을 덜기 위해 1636억원을 예산에 반영하고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에 따른 보완 대책을 위해 1000억원을 FTA 이행기금으로 마련한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

▼이색 사업▼

내년에도 각종 이색사업에 세금이 지원된다.

우선 기상용 슈퍼컴퓨터 2호기를 도입하는 데 48억5400만원을 배정했다. 슈퍼컴퓨터 2호기를 이용하면 태풍은 5일 전(1호기는 2일 전), 호우는 2시간 전(1호기는 1시간 전)에 예보가 가능해 연간 2000억∼3000억원의 재산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특히 지금까지는 ‘서울 경기지방 흐리고 한때 비’라는 식으로 광역 예보만 해 왔지만 슈퍼컴퓨터 2호기를 도입하면 ‘서울 서초구 흐리고 오후 3∼4시 비 1mm 미만’이라는 특화된 예보를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생활 소비재를 수출하는 기업이 현지 소비자에게 친숙한 상표를 개발하는 데도 5억원을 투입한다. 아랍어로 ‘아름다운 여자’ ‘달콤함’을 뜻하는 ‘헬루아’를 사탕 이름으로 쓴다든지, 한류(韓流)열풍을 반영해 중국어로 붉은 악마를 뜻하는 ‘훙모(紅魔)’를 중국 수출용 스포츠용품 브랜드로 개발하면 지원하는 식이다.

기존 차량보다 오염물질 배출량을 30%가량 줄일 수 있는 ‘전기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보급하는 데도 159억원을 배정했다. 정부는 내년에 경찰 순찰차와 전경버스, 청소차 등 3200여대를 전기하이브리드 차량으로 교체할 방침이다. 이 차량은 달릴 때는 일반연료를, 저속 주행 때나 출발·정지 때는 전기를 이용한다.

이 밖에 현역 군인(단기 하사, 사병 등)이 휴가기간 중에 민간 병원을 이용할 때 일반 국민과 똑같은 의료보험을 적용하거나 800∼1000석 규모의 이동식 천막극장을 빌려줘 전문 공연장이 없는 지방에서도 문화·예술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도 각각 41억3700만원과 10억원을 지원한다.

또 늘어나는 노인층을 위해 경로당 운영비와 난방비로 1곳당 연간 36만원씩을 보조해 주고, 노숙자들에게 세탁 목욕 보건진료 제공은 물론 관련 복지시설로 안내해 주는 ‘노숙자 드롭-인(Drop-in) 센터’를 설립, 운영하는 데도 4억9600만원을 투입한다.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일환으로 인터넷으로 초중등학교 담임선생님이 자율학습을 지도하는 ‘사이버 가정학습’ 시범사업에도 21억5200만원을 배정했으며 아동 성폭력 전담센터 설치비용으로 5억300만원을 지원한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커지는 稅부담▼

내년에도 세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

정부가 23일 발표한 2004년 국세세입예산안에 따르면 내년에 국민 한 사람이 내야 할 세금은 평균으로 따져 올해(300만원)보다 약 6% 늘어난 318만4000원. 4인 가족 기준으로 한 해에 소형차 1대 값인 1273만6000원을 부담해야 한다.

1인당 조세부담액은 1999년(202만원) 200만원을 돌파한 뒤 5년 만에 57%나 늘게 됐다.

재정경제부는 조세부담률을 올해보다 0.2%포인트 낮은 22.6%로 낮추고 봉급생활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근로소득세 증가율을 올해 수준에서 묶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조세부담률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5.5%(경상성장률 8.0%)에 이를 것이라는 전제 아래 산출된 것인 만큼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국민들이 느끼는 부담은 더 커진다.

또 근로소득세를 동결하는 대신 부가가치세, 특별소비세 등 간접세를 통한 세수(稅收) 비중을 높였다는 점도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가볍게 하는 요인이다.

재경부는 “내년 세입 예산 증가율은 올해 대비 6.4%이지만 인구 증가율은 0.6%에 불과해 1인당 세금 액수가 커졌다”며 “조세부담률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8.5%보다 많이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내년 세수를 항목별로 보면 개인사업자와 봉급생활자들이 내는 소득세 예산이 22조2652억원으로 10.5% 늘어난다. 이는 전체 국세 예산 증가율(6.4%)보다 4.1%포인트 높다.

정부는 소득세 증가가 개인사업자에 대한 과세표준 양성화 조치로 인해 종합소득세가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개인이 내는 부가가치세(37조2151억원)와 특별소비세(5조8929억원)도 각각 10.4%, 17.1% 상승한다.

상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 도입을 감안해 상속·증여세는 올해보다 37.3%나 급증한 1조1954억원으로 잡았다.

반면 법인세는 올해 경기 부진을 감안해 2.4% 줄어든 23조6081억원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 교통세는 7.6% 증가한 9조7511억원, 관세는 3.8% 늘어난 7조4553억원으로 책정했다. 특별회계에서는 주세(酒稅·9.5% 감소)를 제외한 교통세와 교육세 등이 모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 세목별 국세수입 전망구 분예산(원)증가율(%)일반회계소득세22조2652억10.5법인세23조6081억-2.4상속증여세1조1954억37.3부가가치세37조2151억10.4특별소비세5조8929억17.1증권거래세1조7899억8.6인지세4798억-12.0과년도수입1조8612억-4.2교통세9조7511억7.6관세7조4553억3.8특별회계주세2조7969억-9.5교통세1조6138억7.6교육세4조2386억7.8농특세2조1813억4.9합 계122조3446억6.4자료:재정경제부

고기정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