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자체 제작한 대(對)국민 보고서를 통해 “출자총액제한제도(출자규제)는 해열제만 써도 되는데 종합감기약을 강제 처방하는 격”이라며 출자규제 무용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24일 재경부 산하 경제홍보기획단에 따르면 재경부는 출자규제를 사실상 폐기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서울대 용역 보고서가 공개된 이달 19일 대외용 인터넷 소식지인 ‘재경부 브리핑’에 ‘출자총액제한제도, 함께 생각해 봅시다’라는 자체 보고서를 게재했다.
보고서는 “출자규제는 여러 대기업 개혁 수단의 하나에 불과한 것이나 효과가 과대 홍보된 감이 있으며 소수 지분의 다수 계열사 지배를 해결할 가장 합당한 수단도 아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보고서는 또 “출자규제의 가공(架空) 자본 방지 목적은 외환위기 후 타당성이 상당 부분 감소했다”며 “해열제만 써도 되는데 종합감기약을 강제 처방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들이 신기술 투자로 출자규제를 벗어난 적이 단 한 건도 없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에 대해서도 “신기술 출자가 없는 것은 법령 요건이 너무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재경부는 지난주 서울대 용역 보고서가 논란을 빚자 ‘재경부의 공식 견해가 아니다’며 한 발 물러선 바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번 자체 보고서는 출자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공정위의 의견에 대한 재경부의 견해를 밝힌 것”이라며 “이 보고서가 또다시 공정위와의 마찰을 몰고 올 수도 있어 24일 재경부 브리핑에서 삭제했다”고 말했다.
또 재경부와 공정위는 이날 이례적으로 두 부처간에 출자규제와 관련한 이견이 없다는 합동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