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LG아트센터에서 열창하는 루치아 알리베르티. -사진제공 LG아트센터
오페라 역사상 가장 많은 전설을 남긴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는 컨디션의 편차가 크기로도 유명했다. 최고음에서 갑자기 목소리가 잠겨 까다로운 이탈리아 청중의 야유를 받거나, 공연 도중 무대에서 스스로 걸어 나온 적도 다반사였다.
‘마리아 칼라스의 재림’으로 불리는 소프라노 루치아 알리베르티의 독창회가 23일 LG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우연일까, 칼라스의 징크스마저 닮은 것일까. 무대 초반부터 알리베르티의 컨디션은 ‘이상’의 징후를 짙게 드러내고 있었다.
첫 곡인 마스카니 ‘아베마리아’(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 편곡판)에서부터 그가 노래하는 중간음역은 관현악의 반주부에 파묻혔다. 간간이 기침도 했다. 푸치니 ‘토스카’ 중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에서는 어느 정도 기력을 회복했으나 역시 만족할 만한 음량으로 울려나오지는 않았다.
반면 도니체티와 벨리니의 아리아에서 그가 보여준 콜로라투라(목관악기의 연주법을 흉내 낸 기교적인 노래)의 기법은 일품이었다. LG아트센터 관계자는 알리베르티가 감기증세를 보여 한때 콘서트 취소까지 고려했으나 본인이 강행의지를 밝혔다고 말했다. 게다가 서울 도착 후 넘어져 타박상을 입는 불운까지 겹쳤다는 것.
그렇다면 과연 그의 노래는 칼라스와 닮았을까. 그것은 사실이었다. 때로 ‘변종(變種)의 음성미학’이라고 불렸던 칼라스의 어두운 공명, 칼칼하게 내지르는 포르테(강주·强奏)는 음반에서 접하는 칼라스의 면모를 그대로 전하고 있었다. 객석을 장악하는 ‘카리스마’까지 칼라스와 같은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100%의 컨디션이 아닌 마당에 큰 기대는 무리였다.
마지막 곡인 도니체티 ‘라메르무어의 루치아’ 중 ‘광란의 장면’에 이르러 알리베르티는 정상에 가까운 컨디션을 회복했다. 중고(中高) 음역의 부피감이 살아났고 플루트와 대화하는 화려한 콜로라투라의 기교도 완벽에 한층 가까웠다. 완전치 못한 컨디션을 고려해 최후 순간까지 목을 지나치게 아껴둔 것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를 모았던 알리베르티의 자작곡 ‘사랑의 빛’은 평범한 악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