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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부 무능 드러낸 ‘학원단지’ 혼선

입력 | 2003-09-24 18:22:00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안에 학원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놓고 정부 입장이 하룻밤 자고 나면 달라지니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정부가 사교육을 공식 인정하는 꼴이 되는 ‘학원단지’ 문제를 놓고 건설교통부와 재정경제부, 교육부가 상반된 의견을 보이는 것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교육부대로 학원단지 계획이 곧 백지화될 것임을 내비치고 이튿날 재경부가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며 이를 뒤집은 지난 며칠간의 행태는 정부의 무능과 국정난맥을 명백히 드러내 주고 있다.

더구나 노무현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이 문제로 부처간에 손발이 안 맞는 것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질책했던 직후에 벌어진 일이라 더욱 어이가 없다. 이들에게 계속 나라살림을 맡겨도 되는 것인지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된다.

건설교통부가 8일 ‘학원단지’ 계획을 발표한 뒤 한동안 교육부가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도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건교부 발표가 나오자마자 교육단체들이 공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공교육을 책임지는 교육부는 당연히 이에 대한 입장을 조속히 밝혔어야 했다.

하지만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2주일이 경과한 뒤 국정감사장에서 국회의원들이 이 문제를 질의하자 그제야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는가 하면 부처간 사전협의가 있었는데도 협의가 없었다고 엉뚱한 말을 하기도 했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문제를 비롯한 교육 당국의 무능을 이대로 방치해도 좋은 것인가.

학원단지는 사교육 수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지 의도적으로 조성한다고 좋은 학원이 모이지는 않는다. 이 점에서 학원단지 계획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소산이다. 정부는 국민에게 사과하고 지금이라도 혼선을 빨리 정리해야 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중대한 혼란을 초래한 국정시스템을 점검하고 관계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는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