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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학원단지 ‘불협화음’ 재경부 vs 교육부

입력 | 2003-09-24 18:31:00


건설교통부의 ‘판교 신도시 학원단지 조성 계획’을 백지화하려는 교육인적자원부에 대해 재정경제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번 방안이 서울 강남지역 집값을 잡기 위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건교부 편을 든 것.

이에 따라 이번 논란은 경제관련 부처와 교육부간 갈등으로 번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재경부, “아직 백지화 아니다”=2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덕홍(尹德弘)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판교 학원단지’ 조성에 반대하면서 ‘백지화 가능성’이 제기되자 재경부는 24일 바로 반격을 했다.

김광림(金光琳) 재경부 차관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 “판교 내 교육집적지(에듀파크) 배치는 아직 협의 중이며 부처간 이견이 있지만 (백지화로)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또 “교육집적지 조성은 땅 문제인 만큼 교육부 소관이 아니며 교육부는 추진 과정에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며 교육부의 ‘월권(越權)’을 꼬집었다. 다만 “부처간 갈등으로 해석하지는 말아 달라”고 주문하는 등 다소 조심스러운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김 차관은 이어 “교육집적지가 학원단지로 불려 이에 대한 반감이 있었던 것 같다”며 “집적지에는 학원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자립고, 특수목적고, 서점 등 다양한 교육 부문이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강경한’ 교육부, 환영하는 건교부=재경부가 건교부의 손을 들어준데 대해 교육부는 다소 당황하는 눈치다.

하지만 학원단지 조성에 반대 입장이 분명한 만큼 앞으로 있을 국무회의나 부처 협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교육부 입장을 관철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공교육을 살리는 것이 교육정책의 일관된 방향인 상황에서 정부가 직접 나서 과외 등 사교육을 부추기는 학원단지 조성을 추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윤 부총리는 22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의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학원단지 조성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앞으로 협의에서 교육부 입장을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건교부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재경부의 ‘측면 지원’에 상당히 고무된 표정이다.

이에 따라 이번 문제 해결을 위한 부처 협의 과정에서 재경부 건교부와 교육부간에 적잖은 불협화음이 예상된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판교역 부근 유명 입시학원 유치 검토▼

이번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건교부는 학원단지를 ‘에듀파크(Edu-Park)’로 부른다. ‘교육’을 의미하는 ‘에듀케이션(Education)’과 ‘공원(Park)’의 합성어로 학교와 학원 관련 시설만 들어서는 특화된 지역으로 판교신도시에 처음 시도된다.

건교부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입지를 결정하지 않았다.

박광서(朴光緖) 건교부 신도시기획과장은 “다음달 개발계획 확정 때 최종 입지를 선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가 제시한 조건 등을 고려할 때 ‘에듀파크’는 벤처업무단지와 상업지역 중간 지점에 위치할 것으로 예상된다(그림 참조). 이 곳은 서울 용산과 분당을 잇는 전철 신분당선의 판교역 역세권이다.

건교부는 이곳에 대학입시 및 어학원 등 서울의 유명 학원 분원과 규모가 비교적 큰 프랜차이즈 학원 등이 들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