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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이슬람式 스카프 규제’ 시끌

입력 | 2003-09-24 19:02:00


이슬람 여성이 머리에 두르는 스카프 때문에 유럽이 시끄럽다.

독일 헌법재판소는 24일 이슬람식 스카프를 둘러싼 두 번째 위헌제청 심판에 착수했다. 프랑스에서는 7월부터 이슬람 여학생의 교내 스카프 착용 허용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정부 위원회가 구성돼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왜 여성의 머리 스카프 때문에 이런 소란이 벌어질까. 아랍어로 ‘히자프(Hijap)’라 불리는 이슬람식 스카프는 유럽인에게나 이슬람교도에게나 단순한 여성용 스카프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논쟁=16일 파리에서 열린 ‘히자프’ 관련 정부 위원회. 프랑수아 피용 사회부 장관은 “이슬람 여학생이 교리에 따라 쓰는 스카프는 정교(政敎)를 분리하는 프랑스 공화국의 가치에 위배된다”며 “학교에서는 어떠한 종교적 상징물로도 치장하지 못하도록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뤽 페리 교육부 장관은 “이슬람 여학생의 스카프 문제가 소송으로 이어지는 것은 연간 10건 정도”라며 “10건에 대처하기 위해 특별법을 만드는 것은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부 위원회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자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까지 나섰다. 라파랭 총리는 21일 “학교는 종교 성향을 드러내는 곳이 아니다. 위원회가 안 되면 내각에서 법을 만들겠다”며 교내 스카프 착용 반대 뜻을 분명히 밝혔다.

프랑스에서는 최근 일부 이슬람 여학생이 ‘스카프를 벗지 않으려면 교실에서 나가라’고 요구하는 교사들과 충돌하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독일의 재판=독일에서는 여학생이 아닌 여교사가 문제가 됐다. 지난해 7월 슈투트가르트 법원은 아프가니스탄 출신으로 독일 국적의 여성인 페레쉬타 루딘이 스카프를 쓴 채 강의하는 것을 금지한 주 정부의 결정에 대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루딘씨는 이 판결이 종교의 자유를 인정한 독일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재판을 신청했다. 헌재는 24일 심리에 들어간다.

헌재는 지난달에도 ‘머리 스카프를 쓴다는 이유로 직원을 해고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터키계 여성인 파딤 코랄은 프랑크푸르트 인근 백화점의 점원으로 일하면서 머리 스카프를 썼으나 ‘손님에게 거부감을 준다’는 이유로 해고당했었다.

▽“나는 천 조각이 아니다”=프랑스 독일에서 ‘히자프’가 문제되기 시작한 것은 9·11테러 이후. 이슬람에 대한 우려와 반감이 여성의 스카프에 투영된 것. 유럽 내 아랍계 이민 증가에 따른 사회불안 심리까지 겹쳤다.

머리 스카프 인정 여부는 정교분리 원칙과 종교의 자유 사이에 걸친 미묘한 문제. 정치 사회 인종 종교 법률 문제가 한꺼번에 녹아 있어 파장이 만만치 않다.

종교적 관용의 폭이 넓은 스웨덴에서도 나지아 제브릴이라는 팔레스타인 출신 여성이 방송의 요리 프로에 머리 스카프를 쓰고 나갔다가 출연을 거부당한 일이 있다. 제브릴씨는 “나는 감정을 갖고 있는 인간이다. 천 조각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