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롤리스 미국 국방부 부차관보는 23일 미국이 기대하는 이라크 파견 한국군 규모는 5000명선이며 파병 여부를 10월 중순까지 결정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롤리스 부차관보는 이날 워싱턴 메이플라워호텔에서 열린 한미재계회의에 참석했다가 한국 기자들과 만나 “(한국군은) 전투 경비 병참 통신 등을 총괄하면서 자체적으로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며 “이 경우 규모는 5000명선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폴란드가 파견하고 있는 3000여명 규모로는 독자적인 작전 수행 능력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한미연례안보회의 참석차 서울을 방문하는 다음달 24일 이전까지 한국이 파병 결정을 내릴 것을 원한다”고 밝혔다.
미 국방 핵심관계자가 파병규모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4일 미국이 파병을 요청한 이후 한국의 파병규모에 대해서는 3000여명에서 1만5000명까지 설이 분분했다.
롤리스 부차관보는 또 “한국군이 어떤 지역을 맡을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한국 정부가 이라크에 조사단을 파견한 만큼 그 결과에 따라 한국정부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과 2사단 재배치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이를 연계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2사단 재배치 문제는 2006년까지 추진될 것이기 때문에 이라크 파병과 연계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폴란드의 경우 자체 병력 2350여명을 파견했으며 스페인 우크라이나 헝가리 등 19개국의 파견 병력을 포함, 총 1만여명의 병력을 이라크 중남부 지역에서 지휘하고 있다. 폴란드는 미국과 영국에 이어 이라크 내에서 점령군 자격으로 독자작전을 수행 중이다.
한국 정부 안팎에서는 폴란드 사단 모델을 근거로 미국이 희망하는 한국군 파병규모를 당초 3000여명 수준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UPI 통신 등 외신들은 “미국이 한국과 터키에 각각 1만∼1만5000명의 병력을 파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해 규모에 혼선을 빚었다.
한편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이날 한미재계회의에 참석해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공약은 확고하다”면서 “한국의 이라크 지원 참여 여부는 전적으로 한국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에 대해 “제1차 걸프전 때는 50만명의 미군이 파견됐지만 이라크전에는 15만명으로 더 효과적인 전쟁을 했다”며 “현대 군사력은 전쟁수행 능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해 병력 감축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태국 비전투병 422명 파병▼
태국은 이라크 전후 재건을 지원하기 위해 이달 28일과 30일 각각 200명과 222명 등 총 422명의 병력을 파견한다고 태국 최고사령부 대변인 피트사누 우라일레르트 중장이 24일 밝혔다.
태국군은 이라크 중부도시 카르발라에 배치돼 폴란드군의 지휘를 받게 되며 전투에는 참여하지 않고 시설물 복구활동과 의료지원활동 등을 맡을 예정이다.
방콕=DPA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