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중독자에서 세계챔피언으로.’
국내 최초의 여자권투 세계챔피언이 탄생할 것인가. 국내 여자복싱 간판스타 이인영(32·산본체육관)이 27일 12시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국제여자복서협회(IFBA) 플라이급 세계타이틀 매치를 벌인다.
상대는 미국의 칼라 윌콕스(34).
두 사람은 모두 전형적인 인파이터 형이어서 격렬한 난타전이 예상된다. 경기는 2분 10라운드. 랭킹 2위인 이인영은 6전6승(2KO), 3위인 윌콕스는 7전5승(2KO)2패를 기록 중이다.
IFBA는 지명방어전을 치르지 않은 챔피언 미셸 셔클리프(34·영국)의 타이틀을 박탈했다. 이 빈 자리를 놓고 타이틀매치를 벌이는 것.
최근 1위에 오른 마릴린 설시도(미국)가 전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인영과의 원정경기를 포기함에 따라 2, 3위가 타이틀매치를 벌이게 됐다. 지난해 10위권에서 랭킹이 수직상승해 온 이인영은 그만큼 상대선수들이 부담을 느끼는 세계여자복싱계의 떠오르는 별로 자리 잡고 있다.
이인영은 지난 6월과 7월 두 차례 세계타이틀 도전기회를 놓쳤다. 국내경제 사정 때문에 경기스폰서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프로모터를 맡고 있는 BJI프로모션 대표 변정일(37·전 WBC밴텀급챔피언)씨는 “어렵게 구한 스폰서 측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고 여기에 나의 사비도 일부 보태 이번 경기를 치르게 됐다”고 말했다.
미용실 보조, 택시운전사, 트럭운전사, 식당 점원 등 험한 길을 헤쳐 온 이인영은 최근 펴낸 자서전에서 10년간 알코올 중독 상태에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가 링 위에서 보여주는 두둑한 배짱은 이같이 산전수전 다 겪은 인생 경험이 밑바탕된 것. BJI프로모션측에서는 “트럭에서 벤츠로”라는 구호로 이인영을 응원하고 있다.
두 선수는 스타일이 비슷하지만 이인영이 체력과 펀치력에서 앞선다는 평.
이인영이 “멋진 경기를 보여주겠다. 긴장만 하지 않으면 승산이 있다”고 투지를 보이자 23일 내한한 윌콕스는 “이기러 왔다. 분석을 많이 했다”며 응수하고 있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