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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턴트 세계 "전문지식-폭넓은 경험을 판다"

입력 | 2003-09-25 17:57:00

“자신감 있는 어투로 논리 정연하게 말하는 게 핵심이죠.” 맥킨지 컨설팅 김인아 컨설턴트가 의뢰인 앞에서 앞으로의 컨설팅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박형준기자


《컨설턴트의 1주당 근무시간은 법정 근로시간(44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70시간 정도. 고객이 지방에 있으면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2, 3개월 동안 지방 호텔에서 묵어야 한다. 고된 업무의 연속이지만 많은 대학생들이 컨설턴트가 되고 싶어 한다. 왜일까. 작년 1월 맥킨지 컨설팅에 입사한 김인아씨(29·여)를 통해 컨설턴트의 세계를 엿봤다.》

▽컨설턴트란=크게 경영전략, 정보기술(IT), 인사 및 재무 컨설턴트로 구분할 수 있다. 김씨가 꼽은 컨설턴트의 가장 큰 매력은 짧은 기간에 여러 산업을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것.

김씨는 1년6개월 동안 조직관리, 마케팅, 전반적인 경영 전략 등 5개 분야에 대한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앞으로는 생산관리와 금융 분야까지 영역이 넓어진다고 한다.

게다가 한 조직원으로 상사가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의 경영진 입장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내놓기 때문에 기업을 보는 시각이 아주 넓어진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물과학과와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을 졸업한 김씨에게는 무리한 업무라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일하면서 배우는 것’ 또한 컨설팅 회사의 기본 원칙이다. 회사도 다양한 세미나를 열어 자사(自社) 컨설턴트의 자질을 향상시킨다.

컨설턴트가 된 지 약 2년6개월이 지나면 해외 경영대학원(MBA) 입학이나 다른 기업체에 입사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좀 더 깊이 있는 지식을 쌓고 폭넓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 노동 강도가 강한 만큼 보수는 높은 편이다. 김씨는 맥킨지 컨설턴트의 초임이 ‘대기업 과장 수준’이라고만 밝혔다.

▽컨설턴트가 되려면=맥킨지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KAIST 등 4개 대학에서 1년에 두 번 채용 설명회를 연다. 연말에는 미국과 유럽의 유명 경영대학원 졸업예정자를 상대로 현지채용에 나선다.

김씨는 “만약 시험에 떨어졌다면 직장 경력을 쌓은 후 다시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컨설팅 회사는 학부나 대학원 졸업생 외에도 업무 경력 5년 미만(일부 컨설팅 업체는 2년 미만)인 직장인을 컨설턴트로 뽑고 있다. 이런 경우는 컨설팅회사에서 특정산업의 전문가가 필요해 뽑는 것이어서 자신이 일하던 업종에서 탁월한 실력을 발휘해야만 한다. 컨설팅을 받는 회사의 실무진이 발탁되는 경우가 많다.

영어 실력은 기본이다. 프로젝트 팀에 1명이라도 외국인이 있으면 모든 업무와 회의를 영어로 진행한다. 김씨는 9년 동안 외국에서 산 경험이 있기에 외국의 대학교 수업을 소화할 정도로 영어 실력은 탄탄한 편이다.

입사 시험은 서류전형과 논리력 테스트, 6번의 면접 등으로 이뤄져 있다. 면접은 ‘해박한 지식’보다는 ‘논리적인 사고’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기에 경제 및 경영과 전혀 관련 없는 학과를 졸업하고도 경영 컨설턴트가 될 수 있는 것.

컨설팅 업체의 면접 문제는 독특하다. △이탈리아의 애완동물 시장 규모는 △한국 포장김치 시장의 전망은 △유통전문기업이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도입할 때 고려해야 할 점 등이 일반적인 예다.

정답은 없다. 면접관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도록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면 된다. 지식은 가르칠 수 있지만 창의력과 논리력은 가르칠 수 없다는 게 컨설팅 회사의 믿음이다.

인터뷰를 끝마치면서 김씨에게 컨설턴트를 준비하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 한마디를 구했다.

“글쎄요. 국가고시처럼 따로 공부해야 할 과목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에요. 그렇다보니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면서 넓은 시야를 가지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팀원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리더십을 키우는 연습도 많이 했으면 좋겠고요.”

(도움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스카우트, 인크루트)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정답없는 면접시험 ▼

컨설턴트: 1루에 있던 주자가 도루를 했을 때 살아남을 확률은….

학생: 투수가 직구를 던질 때는 시속 135km, 변화구는 110km 정도 됩니다. 변화구를 던질 때 도루를 하면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컨설턴트: 변화구 타이밍만 노리면 되나요?

학생: 아니죠. 투수가 공을 던지는 데 1초, 포수가 공을 받아 다시 2루로 송구하는데 1초. 따라서 약 2초 이내에 2루까지 달릴 수 있어야 합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고려대 취업설명회 도중 즉석에서 선보인 면접문제다. 가장 논리적으로 설명한 학생 1명에게는 가을 채용에서 서류전형 합격을 보장해 줬다.

컨설팅회사에 입사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문제해결(Problem-Solving) 능력’이다. 기업이 처한 어려움을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컨설팅 회사의 일이기 때문이다.

▼컨설팅회사 ▼

회사명이 ‘000 컨설팅’인 곳이 수없이 많다. 컨설팅은 말 그대로 상담을 통해 도움을 준다는 뜻이기 때문에 모든 산업분야에서 컨설팅이라는 단어가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경영컨설팅 회사는 몇 개 그룹으로 나뉜다.

기업의 전략수립을 맡는 전략컨설팅 회사는 매킨지, 베인앤드컴퍼니, 보스턴컨설팅그룹(BCG), AT커니, 모니터, 아더디리틀, 부즈앨런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회사가 나아갈 방향과 신규사업 진출, 비전 제시 등을 주로 담당한다.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맡기 때문에 컨설팅 수수료가 비싸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전략컨설팅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해 국내에서 작년까지 엄청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수요가 조금씩 줄고 있다.

정보기술(IT) 분야는 액센추어와 IBM BCS(IBM 컨설팅이 PwC를 인수해 설립한 법인), 딜로이트 등이 대표주자다. 기업의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등의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관리 프로그램이 필요한지를 조언한다. 90년대 말부터 기업들의 IT투자 붐이 일면서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한 경영효율성 증대, 비용절감, 의사결정의 신속성 등이 화두로 자리 잡았다.

액센추어는 회사의 경영전략과 IT투자를 연계시키는 컨설팅을 통해 매출을 늘리고 있다. IT컨설팅은 업무 특성상 많은 인력이 투입되기 때문에 전략컨설팅 회사보다는 채용인원이 많다.

재무컨설팅은 회계법인이 강점을 갖고 있다.

삼일, 삼정, 하나회계법인 등은 외국의 대형 회계법인과 파트너십을 갖고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 자금조달 방안, 인수합병(M&A) 등과 재무관리 프로그램 설치 등의 업무를 맡는다.

대기업은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투자은행과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회계법인 컨설팅은 중견그룹과 중소기업이 주요 고객이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