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우렁각시’-사진제공 디즈니채널
25일 오전 10시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 위성방송 월트 디즈니 채널 아시아가 제작한 단편 애니메이션 ‘우렁각시’(영어제목 ‘The Magic Snail’·사진) 시사회가 열린 자리였다.
이 작품은 아시아 6개국의 설화들을 모아 만든 ‘레전드 오브 링 오브 파이어(원제 Legends of the Ring of Fire·토 밤 8시 반)’ 시리즈 중 5번째다.
그런데 호텔 연회장을 빌려 벽 높이만한 일러스트로 방을 꾸민 것에다 보통 방송 프로그램 홍보자료보다 훨씬 화려하게 만들어진 자료까지 받으니, 작품을 보기도 전에 행사의 호화로움에 부담감이 앞섰다. 돌아보니 이날 행사에서는 ‘보통’ 수준에 머문 것이 없었다. ‘총각’과 ‘우렁각시’ 캐릭터로 분장한 젊은 남녀는 사람들을 맞이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역할이 없었으며, 5∼6명의 국악 연주자가 한복을 차려입고 생음악을 연주한 것은 지상파 방송사의 대하드라마 제작발표회장에서도 보지 못한 호사였다. 한 참석자는 “디즈니사가 돈을 많이 들여 이 같은 행사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우렁각시 우화가 굴지의 애니메이션 회사인 디즈니에 의해 만들어져 세계 각국에 방영되면서 한국문화가 알려지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호화로운 행사가 5분짜리 애니메이션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된 기자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더구나 첫 장면의 지도에서 동해가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된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비록 인도의 제작사가 만든 작품이라고는 해도 한국인 시청자들이 볼 것을 염두에 두었다면 한국지부인 ‘월트디즈니 텔레비전(코리아)’는 이를 고쳤어야 옳았다.
이 작품은 5분짜리 단편이긴 해도 초당 25프레임(정지화면)의 부드러운 움직임과 아름다운 배경이 돋보였으나 인물들의 차림새가 한국인의 눈에 약간 낯설어 아쉬웠다. ‘우렁각시’ 편은 다음달 11일 방송된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