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지방자치단체의 관할 구역과 같거나 겹치는 지역구 총선에 입후보하려는 자치단체장에게만 선거일 전 180일까지 사퇴하도록 규정한 선거법 53조 3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려 내년 4월 총선 판도 변화 등 큰 파장이 예상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는 지자체장의 피선거권과 공무 담임권을 제한하는 것은 다른 입후보자에 비해 형평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우선 헌재는 지자체장이 해당 지역구에서 실시되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사실상 출마가 봉쇄당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행 선거법상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는 실시 사유가 전년도 10월 1일부터 해당연도 3월 31일까지 확정된 때에는 해당연도 4월 마지막 목요일에 실시되고, 해당연도 4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선거사유가 확정되면 그해 10월 마지막 목요일에 실시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선거 사유가 4월과 10월의 마지막 목요일 이후 확정될 경우에는 지자체장은 사퇴 시한인 ‘선거일 전 180일까지’라는 물리적 시한을 지키기 어려워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역구 국회의원이 12월 말에 갑자기 의원직을 박탈당했을 경우 보궐선거는 다음 해 4월 마지막주 목요일에 실시되지만 지자체장은 ‘180일 규정’ 때문에 선거 출마를 포기해야 했다는 것이다.
지자체장이 사퇴한 이후 장기간 지방 행정공백이 생긴다는 점도 이번 결정에서 고려됐다.
헌재는 지자체장이 선거에 출마했을 경우 사퇴한 시점부터 다른 단체장이 취임할 때까지 최소 7개월 지자체장이 없어 지방 행정의 혼란과 비효율성이 가중됐다고 설명했다.
헌재가 지자체장에게 적용되던 예외 규정에 대해 위헌 결정은 내렸지만 지자체장이 지위를 남용해 사전 선거 운동에 개입할 우려와 각종 선거에서 ‘지자체장 프리미엄’이 작용할 가능성은 높아졌다.
문제의 조항은 지자체장이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 출마 예상 지역구에서 부하 직원을 선거에 이용하거나 선거 민원 행정을 벌이는 등 지자체장의 선거 개입과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제정됐다.
그러나 헌재 결정이 난 25일부터 이 조항이 효력을 잃어 당장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국회의원과 경쟁하려는 지자체장의 경우 헌재 결정으로 인한 유리한 환경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지적이다.
국회가 내년 총선 이전에 지자체장이 지자체 관할구역과 같거나 겹치는 지역구에 출마하는 단체장의 사퇴 시한에 대해 법 조항을 개정할지, 개정한다면 어떤 식으로 고칠지 주목되는 것도 이 같은 사정 때문이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