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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온가족이 함께]세계도자비엔날레 걸작들

입력 | 2003-09-25 18:54:00


다음달 30일까지 경기 이천 광주 여주에서 열리는 ‘2003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가 한창 열기를 더해 가고 있다.

주최측은 9월 1일 개장 이후 지금까지 18만2000여명이 전시관을 찾았으며 10월 말까지 모두 60만명의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긋지긋한 비가 물러간 뒤 화창한 가을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 주말을 맞아 가족이 함께 전시관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나들이가 될 것 같다.

세계 68개국 465명의 작가가 출품한 2400여점의 작품 가운데 재단법인 세계도자기엑스포 서정걸(徐廷杰) 전시부장과 광주 조선관요박물관 최건(崔健) 관장의 도움을 받아 좋은 작품들을 소개한다.

▽최고의 걸작=이천 세계도자센터 국제공모전 전시관에선 세계 걸작들을 만날 수 있다. 1층 제1전시관에 들어서면 처음 만나는 작품이 덴마크 작가 보딜 만츠의 ‘검은색과 노란색’이다.

검은색과 노란색 흰색의 조화도 절묘하지만 전문가들은 소성(燒成) 기술에 넋을 잃는다. 이 작품의 두께는 0.2mm 정도. 섭씨 1300도의 고온에서 종이보다 얇은 도자기가 형태를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전문가들이 가장 탐내는 작품은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는 황갑순씨의 ‘기(器)’. 지름 30cm의 접시부터 밥그릇까지 5개의 그릇이 차곡차곡 포개져 있는 이 작품은 모양과 빛깔 소성 기술 모두 완벽에 가깝다는 평.

금상을 수상한 스티븐 몽고메리(미국)의 ‘이탈-C’도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녹이 슨 기계 몸체와 기름때에 찌든 파이프, 도금이 벗겨진 프로펠러 등이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다. 파괴되기 쉬운 기계의 속성을 묘사한 이 작품은 제작 기간만 1년이 걸렸다.

광주 조선관요박물관에 마련된 ‘조선도자500년전’에선 두 작품을 눈여겨봐야 한다. 조선 15세기 작품인 ‘백자청화 매조문 병’과 18세기 작품인 ‘백자진사 압문 각병’이 그것.

백자청화에는 조선 초기 도자기의 특징인 위엄과 힘이 그대로 녹아 있다. 매화와 새 그림은 이 작품을 가장 한국적인 도자기로 만들었다.

백자청화가 왕실 도자기의 최고봉이라면 백자진사는 비주류 도자기의 대표 작품. 생산지가 불분명한 백자진사에선 자유로움이 한껏 묻어난다. 병 앞뒷면에 그려진 오리와 연꽃 그림은 유유자적(悠悠自適)의 극치를 느끼게 한다.

조선도자500년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작품은 이헌씨가 소장하고 있는 ‘백자청화 운룡문 대호’. 30여년 전 27억원에 거래된 이 도자기는 비엔날레 전시품 가운데 최고가로 꼽힌다.

▽이색 도자기=도자기의 발전사는 곧 유약의 발전사다. 유약의 발전으로 다양한 질감을 표현할 수 있게 된 것.

이천 세계현대도자전의 최고 작품은 아레온(대만)의 ‘테이블 인스톨레이션’. 섬세한 나무 나이테, 묵은 때, 긁힌 자국, 제대로 박히지 않고 휘어진 못…. 이 모든 것이 흙으로 표현돼 있다. 작품을 만지면 안 되지만 너무 사실적으로 만들어져 누구나 만져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여주 세라믹하우스 거실에 걸려진 ‘페기의 재킷’(마릴린 레빈 작) 역시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상당수의 관람객이 장식을 위해 걸어 놓은 가죽 재킷으로만 여기고 지나치지만 이 작품은 2001년 도자기엑스포 당시 최고 히트작이었다.

세계현대도자전 마지막 코너에 있는 중국 작가 판펜린의 작품도 인상적이다. 썩은 고목에 기어 다니는 100여 마리의 개미가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초등학생들이 징그럽다며 인상을 찡그린다. 작가는 작품 손상을 우려해 직접 비행기를 타고 작품을 가져와 주최측을 놀라게 했다.

주부들은 여주 세계생활도자관 제2전시실에 설치된 김익영씨의 ‘욕실’에서 발길을 떼지 못한다. 바닥과 벽면의 세련된 도자기 타일과 백자를 연상시키는 욕조, 세면대가 고풍스럽다. 관람객들로부터 주문 제작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는 후문.

▽이색 행사=광주 행사장에선 전통 가마를 제작하는 현장을 볼 수 있다. 현재 성형 작업이 거의 끝나 10월 5일부터 유명작가들이 이 가마에서 도자기를 직접 구울 예정이다.

특히 주말에는 행사장마다 도자기를 직접 만들어 가져갈 수 있는 코너를 운영하고 있어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추억을 선사한다.

▽가는 길=행사장 3곳을 모두 관람하려면 중부고속도로 곤지암 나들목으로 나와 국도 3호선에 나란히 위치한 광주 행사장과 이천 행사장을 방문한 뒤 국도 42호선을 타고 여주 행사장을 찾으면 된다.

이천 행사장에선 45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광주와 여주를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세 군데 행사장을 모두 볼 수 있는 관람권이 일반 6000원이며 세 곳 중 한 군데만 입장하는 티켓은 4000원이다. 예매(1588-7890)를 하면 1000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031-631-6504∼7

이천=이재명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