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침에 대한 성찰/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엮음/252쪽 박영률출판사 1만원
부제는 ‘서울대 교수 40명의 학문한다는 것과 가르친다는 것’.
지난 1년간 서울대 교수들이 가르침에 대해 나눈 대화 내용과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오전 7시 도서관에 나와 오후 11시까지 고시에만 매달리는 ‘세븐일레븐 족’, “졸업생들을 당장 써먹을 수가 없다”고 불평하는 사회를 보면서 교수들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대학의 교육 목표는 학문인가 직업인가. 교수는 학생을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
교수들은 “당장 필요한 지식을 가르쳐 달라”는 기업의 요구에 비판적이다.
“사회가 너무 단기적으로 써 먹고 일을 한창 할 나이에 쫓아낸다. 사회나 기업의 요구 자체가 합리적이고 정당한 것인지 비판적으로 생각해야 한다.”(임경훈·정치학과)
“오히려 사회적 수요에 민감하게 반응하느라 일관성 있게 연구를 축적하지 못한 것이 문제 아닌가.”(김광억·인류학과)
서울대생의 학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세간의 비난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았다. 교수들이 보기에 학생들에게 결여돼 있는 것은 엘리트로서의 사회적 책임감이다.
“고급 영어 원서를 읽는 능력이나 미적분을 푸는 능력은 떨어졌다. 하지만 실력은 종합적인 것이다.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지금 학생들이 못 한다고는 할 수 없다.”(백종현·철학과)
“학생들은 엘리트 의식도 좋지만 ‘왜 내가 엘리트인가’ ‘그래서 내가 해야 할 사명은 무엇인가’ 하는 자문이 있어야 한다. 경쟁의식이 너무 심해서 동료간에 토론이나 협력을 할 줄 모른다.”(안삼환·독문과)
열악한 교육 여건에 대한 푸념과 교수 집단에 대한 질책의 소리도 숨기지 않았다.
“자연대는 완전히 쓰레기통이다. 우리에게 제일 심각한 문제는 화재이다. 끊임없이 불이 나는데 모른 척하고 있다.”(강사욱·미생물학과)
“‘관악 타임’이라는 것이 있다. 교수들이 10분, 15분 늦게 수업시간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교수는 이사한다고 휴강하기도 한다. 선생이란 사람이 왜 하필 강의하는 날에 이사 날을 잡는가.”(백종현)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40명의 교수들이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나오지 않는다. 오늘의 한국 대학들이 두고두고 풀어야 할 숙제일 것이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