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출신의 미국 영문학자로 동양에 대한 서양인들의 편견을 날카롭게 비판해온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 교수(미국 컬럼비아대.사진)가 24일 뉴욕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 향년 67세.
사이드 교수는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위해 헌신해 온 아랍계의 대표적인 ‘실천적 지성’. 90년대 초반부터 백혈병을 앓아왔지만 2001년 9·11테러 후 최근까지도 서구사회에서 아랍인들의 입장을 대변하며 활발한 활동을 벌여 왔다.
1935년 영국 통치하의 팔레스타인 지역인 예루살렘에서 출생한 그는 나치의 탄압을 피해 가족과 함께 이집트 카이로로 이주해 그곳에서 성장기를 보내며 카이로의 빅토리아대를 졸업했다. 1950년대 말 도미 후에는 프린스턴대를 거쳐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후 컬럼비아대 영문학 및 비교문학 담당교수, 하버드대 비교문학 객원교수를 지내며 문학비평가 겸 문명비평가로 활동했다.
그가 세계적인 학자로 주목받게 된 것은 1978년 ‘오리엔탈리즘’을 출간하면서. 이 책에서 그는 동양에 대한 서양인들의 이미지가 그들의 왜곡과 편견에서 비롯된 허상임을 체계적으로 논증했다. 그 후 ‘문화와 제국주의’(1993)로 기존의 주장을 계속 강화해 나갔고 9·11 테러 후 출간된 ‘도전받는 오리엔탈리즘’(2001)에서는 미국의 대외정책을 맹렬히 비판하며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 중단을 촉구했다.
아랍인의 입장에서 서구인의 관점을 비판해 온 그의 사상은 한국 지식인 사회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재일 한국인학자 강상중 도쿄대 교수의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 등 동아시아의 관점에서 서구중심주의를 비판한 저술들은 바로 사이드 교수가 끼친 영향의 산물이다. 이 밖에 ‘시작:의도와 방법’ ‘팔레스타인의 문제’ ‘지식인의 표상’ ‘마지막 하늘’ 등의 저서를 남겼으며 백혈병으로 투병 중 자신의 인생을 회고한 ‘에드워드 사이드 자서전’은 지난해 국내에서도 번역출간(살림출판사)됐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