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에 4곳의 중간역사(驛舍) 신설을 추진하기로 한 건설교통부의 결정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건교부는 고속철도 운영수익을 높이기 위해선 이용자가 많아야 하는데 이는 중간역사 추가 설치를 통해서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오래전부터 몇몇 후보지에 대해 사업 타당성을 분석해왔다고 건교부는 강조한다.
하지만 이미 3차례의 사업변경으로 사업비가 19조2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규모로 불어난 상태에서 또다시 수천억원의 공사비를 추가한다면 그만큼 투자 대비 수익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역사가 늘면 고속철도의 속도가 떨어져서 고속의 의미도 반감된다.
경제계 일각에선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조치가 아니냐는 의혹도 내놓고 있다.
▽중간역사, 경제성 있나=일본의 경우 고속철도 철도역간 거리가 평균 30km 정도다. 반면 한국 고속철도의 역간 길이는 그 두 배가 넘는 82km 정도. 따라서 그만큼 여유가 있고 경제성 확보에도 문제가 없다는 게 건교부의 설명이다.
건교부는 또 중간역사 건설에 따른 추가비용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중간역사 한 곳당 건설비용을 대략 1000억∼1500억원으로 잡고 있다. 2500억원 안팎의 사업비가 투입된 광명역이나 천안아산역 등과 비교할 때 추가로 건설될 중간역사는 간이역 수준의 규모라는 것.
하지만 고속철도는 90년 사업계획 발표 이후 3차례에 걸친 설계변경을 통해 이미 사업비가 5조8400억원에서 19조2205억원(2단계 포함)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역사 추가 건설로 사업비가 4000억∼6000억원 증가하면 수익성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고속철도, 저속(低速)열차 우려=현재 노선에서 경부고속철도를 운영하면 서울∼부산 구간까지 걸리는 최단시간은 1시간56분(2단계 완전 개통 기준)이다.
그런데 역에 한번 정차했다가 다시 출발하기까지 필요한 시간은 7분 정도. 따라서 4개의 중간역사를 신설하고 이 역에 모두 정차한다면 고속철도는 현재 노선보다 최소한 28분 정도가 더 걸리게 된다.
여기에 서울∼부산간 직행열차 등이 지나가도록 비켜주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열차운행 시간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건교부는 이에 대해 전체 열차 가운데 하루에 1, 2편 정도만 중간역사에 정차시키고 나머지 대부분은 현재의 노선 역에만 정차시킬 예정이어서 우려할 만한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중간역사 정차 구간도 교차로 배치해 지연시간을 최대한 줄일 방침이다. 즉 4개의 중간역사 가운데 한 곳에 정차하면 나머지 3곳에는 서지 않는 방식으로 운행을 조정해 지연시간을 최소화하겠다는 것.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