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둥글한 캐릭터와 파스텔 톤 색조, 서정성 짙은 에세이로 남녀 주인공 ‘파페’와 ‘포포’의 사랑을 그렸던 심승현씨(32·사진)의 ‘파페포포 메모리즈’. 지난해 10월 발매돼 65만부 판매의 대박을 터뜨리며 ‘에세이 만화’의 붐을 일으킨 지 약 1년만에, 전작의 담채화(淡彩畵) 같은 분위기를 이어가는 제2권 ‘파페포포 투게더’(홍익출판사)가 나왔다.
“1권이 잘 돼 회사를 그만두고 ‘파페포포’에만 전념할 수 있었고, 컴퓨터로 그림 그리는 실력도 많이 늘었어요. 그래서 그림과 내용이 전편보다 원숙해진 것 같습니다.”
‘파페포포 투게더’에서 일부 에피소드는 손으로 칠한 것 같은 질감이 살아나도록 채색했고, 전체적으로 선(線)이 매끄러워졌다. 또 1권에 비해 ‘주변 인물과의 관계’를 다루는 내용이 많아진 것도 특징.
‘파페포포 투게터’ 중 ‘외로움이란 이름의 그림자’ 편.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얻지만 혼자 있을 때는 외로워하는 사람의 모습을 표현했다. 자료제공 홍익출판사
‘1년 365일 사람들 속에서 상처만 남는다. 항상 혼자이기를 꿈꾸지만… 정작 혼자가 되면 외로움이란 이름의 그림자와 함께 잠이 든다.’ (‘외로움이란 이름의 그림자’ 편에서)
이처럼 ‘파페포포’ 시리즈의 매력은 기발한 발상이 아니라 일상 속 평범한 진실을 뽑아내는 데에 있다. 인간관계에서 상처 입은 주인공이 붕대를 감고 있다가 그 붕대를 찢어버리며 집으로 숨어들어가나, 인간은 결국 타인 없이 살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대부분의 에피소드에는 작가의 체험이 담겼다. ‘벤치’ 편에는 동네 아저씨나 개구쟁이들, 부랑자가 두루 애용하는 벤치가 등장한다. 그러나 이 벤치에 ‘단절’을 상징하는 두 개의 칸막이가 생긴 뒤 사람들은 벤치를 외면한다. 심씨는 “걸인들이 자주 잠들곤 하던 서울 잠실 어느 지하도의 벤치에 칸막이가 생기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작가가 가장 아끼는 에피소드는 ‘포포의 생일’ 편. 좋아하는 여학생의 생일 파티에 가려던 남학생이 구멍 난 양말이 부끄러워 그 여학생의 집 현관에서 발길을 돌려버린다.
작가는 “그 아이에게 좋아한다는 고백 한 번 못하고, 후회만 하다가 내 어린 날은 끝나 버렸다”고 에세이에서 적고 있다.
심씨의 다음 작품은 ‘눈많은그늘나비의 약속’이라는 제목의 어른을 위한 동화. 심씨는 “사람이 나오는 ‘파페포포’와 달리 풀벌레 해님 등 자연물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며 “3권은 아마 몇 년 뒤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