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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모기지시대 열린다]집값 못잡을땐 ‘그림의 떡’

입력 | 2003-09-28 17:24:00

9월 말 현재 집값 기준으로 모기지론 제도를 이용해 살 수 있는 서울지역 아파트는 비인기지역 소형 평형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내년부터 시행되는 이 제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집값 안정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모기지제도 도입과 관련한 논란이 분분하다.

은행, 기관투자가 등 이해당사자들은 나름대로의 타산에 바탕해 ‘아직은 때가 아니다’, ‘진작 도입했어야 했다’는 등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최대 수혜자인 주택수요자들은 제도의 내용과 취지를 잘 모르는 탓인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새 제도를 통해 ‘서민 중산층의 내집마련을 돕는다’는 기본 목적을 달성하기도 쉽지 않은 여건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가계대출 연착륙’, ‘장기 자본시장 육성’ 같은 샛길의 토끼까지 덤으로 잡겠다고 욕심을 내고 있다.

▽시기상조론=은행권 관계자들은 “주택저당채권 유동화는 대출을 취급하는 금융회사가 먼저 개별적으로 해본 뒤 규모가 커지면 정부기관이 맡는 게 순리”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지금까지 은행이 주택저당채권을 유동화한 사례는 없다. 그럴 계획도 없다. 은행의 시기상조론은 돈벌이에 도움이 안 되는 새 제도가 탐탁지 않다는 말에 불과하다.

은행권은 그렇지만 모기지제도 도입에 따른 영업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적응할 태세다. 모기지제도 도입 방안이 발표된 직후 국민 하나 외환 등 일부 은행은 장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파격적으로 낮추거나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만기를 늘린 바 있다.

이젠 도입의 타당성 시비에서 벗어나 현실 여건에 맞는 새 제도의 정착 방안을 논의할 때라는 것이 직접적인 이해관계 없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주택시장 안정 병행돼야=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집값 안정 없이는 모기지 제도가 활성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집값이 뛰어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높아지면 모기지 대출 수요가 늘 수 없다는 지적이다. 단적인 예로 9월 말 현재 집값 기준으로 서민 중산층이 모기지제도를 활용해 살 수 있는 서울지역 아파트는 비인기지역 소형평형(25평형 이하)에 그친다.

재정경제부 주환욱 사무관은 “한국의 연간소득 대비 주택가격의 배율(PIR)은 하향 추세에 접어들었고 현재 독일 일본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집값 수준이 모기지제도 도입 자체에 장애가 될 정도로 높지는 않다”고 말했다.

모기지제도가 주택수요를 늘려 집값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모기지 대출로 내집마련이 쉬워져 전세 수요가 줄어들면 투기가 줄어들 것으로 정부는 기대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지배구조가 중요하다=모기지 대출은 상당기간 은행권의 기존 장단기 주택담보대출과 고객잡기 경쟁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사는 금융회사에 비해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저금리로 빌려줘야 하는 처지다. 도태되지 않으려면 채권 관리 및 유동화증권 관련 노하우가 뛰어난 인력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공사의 경영진을 공무원 위주로 채우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관련 법안에 따르면 사장 부사장 이사 감사 등 공사 임원 9명에 대해 재정경제부 장관이 제청 및 임면권을 행사한다. 공사의 운영방침을 결정하는 주택금융운영위원회 위원 11명 가운데 7명이 정부측 대표로 충원된다. 국토연구원 윤주현 토지주택연구실장은 “민간 주택금융 전문가를 폭넓게 기용하고 외국 전문가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주택저당채권 유동화 증권(MBS) 발행 실적 (단위:억원)발행 기관저당채권 보유자금액 및 비중KoMoCo국민주택기금28,418 (92.6%)삼성생명180 (0.6%)계28,598 (93.2%)뉴스테이트캐피탈(SPC)1,666 (5.4%)우리캐피탈(SPC)410 (1.3%)합계30,674 (100.0%)*2000년 1월부터 2003년 7월까지 기준. KoMoCo란 한국주택저당채권유동화㈜를 말함. 자료:국토연구원

이철용기자 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