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셰가 세계 각국을 돌며 개최하고 있는 월드로드쇼에서 카이엔의 오프로드 기능을 시험하기위해 구덩이를 파놓고 빠져나오는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 포르쉐
‘부르릉, 부르릉…, 삐이익, 삐이익∼.’
26일 오전. 강원 태백시에선 스포츠카의 강렬한 엔진 소리와 브레이크의 굉음이 울려 퍼졌다. 일반인에겐 시끄러운 소음에 불과하지만 마니아들은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즐긴다는 포르셰의 ‘음향’이었다.
포르셰를 수입하는 한성자동차가 15∼26일 국내에선 처음으로 ‘포르셰 월드로드쇼’를 ‘태백 준용 서킷’에서 개최했다.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GT3 등 총 17대의 포르셰가 독일에서 공수돼 ‘잠재고객’에게 시승 기회를 마련한 것. 전문 카레이서 5명이 포르셰의 성능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함께 트랙을 시속 200km 이상의 속도로 돌며 자동차 애호가들을 ‘포르셰 바이러스’에 감염시켰다.
열흘 동안 태백에 초대된 고객은 400명. 한성이 이번 행사를 개최한 것은 국내에서도 스포츠카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포르셰는 1986년 최초로 한국에 진출했지만 아직도 보급대수가 총 200여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작년 34대가 팔렸고 올해는 70대, 내년엔 100여대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쉴 새 없이 타본 포르셰 가운데 기억에 남는 차종은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카이엔S’. 포르셰의 유전자를 담아 ‘스포츠카’와 ‘SUV’가 절묘하게 결합됐다는 평가를 받는 차다.
태백 근교로 나가기 위해 액셀러레이터를 밟자 스포츠카인 카레라, 박스터에 못지않은 가속력과 속도를 냈다. 4.5L, 8기통 엔진으로 최고 시속이 242km,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은 7.2초에 불과하다는 메이커의 자랑이 과장이 아니었다.
오프로드를 달리기에 적합하도록 개발된 테크놀로지도 체험할 수 있었다. ‘리덕션 기어’로 바꾸자 최고 시속이 100km로 떨어지는 대신 험한 길을 달릴 수 있는 기능을 발휘했다.
대표적 기능은 ‘언덕 잠김 장치(hill-holder)’. 약 30도 각도의 언덕 중턱에서 멈춰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었지만 차는 뒤로 밀리지 않았다. 물론 브레이크에 발을 올린 것은 아니었다. 반대로 내리막에서는 액셀러레이터나 브레이크를 밟을 필요가 없었다. 두 장치에서 발을 떼도 차가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하면서 내려가기 때문. 오프로드에선 차의 높이가 최고 273mm 높아지고 속도를 높이면 자동으로 차체가 낮아지는 ‘에어 서스펜션’도 카이엔의 특징이다.
하지만 경쟁 차종에 비해 낮은 연비와 비싼 가격은 포르셰를 선택한 대가로 치러야 할 비용. ‘카이엔S’가 1억3420만원, ‘카이엔 터보’는 1억7160만원이다.
태백=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