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신기록 달성 초읽기에 들어간 이승엽의 ‘홈런볼 가치’를 가계부 경제학의 잣대로 따져보면 흥미롭다.
첫째 56호 홈런볼을 차지할 확률. 로또는 1등 당첨 확률이 800만분의1을 상회한다고 한다. 반면 홈런볼은 외야석이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예로 들어도 6500분의1에 불과하다. 따라서 로또 1등이 많게는 수백억 원에 이르기도 하지만 투자 대비 효과는 홈런볼 쪽이 훨씬 높다.
홈런볼은 스포츠 토토와 비교해도 훨씬 유리하다. 토토는 전문가적 안목도 필요하지만 대체로 뜬구름 잡기식 스코어 맞추기 복권. 반면 홈런볼은 약간의 사전지식과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한 부지런함만 있으면 된다. 이승엽은 올해 55개의 홈런 중 꼭 60%인 33개를 오른쪽 펜스로 넘겼다. 평균 비거리는 117.8m. 그렇다면 명당은 외야 오른쪽 중간이나 상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홈런볼을 줍더라도 시대를 타고 나야 한다. 98년 마크 맥과이어가 친 70홈런볼은 270만달러(약 32억원)에 팔렸지만 2001년 배리 본즈의 73홈런볼은 45만달러(약 5억4000만원)에 머물렀다. 이는 백인의 우상인 맥과이어가 37년 만에 기록을 경신한 반면 본즈는 3년밖에 걸리지 않아 신선도가 떨어졌기 때문.
56호가 비쌀지, 앞으로 이승엽이 홈런을 더 쳐 57호든 58호든 최종 신기록 홈런이 비쌀지도 관심사. 미국에선 맥과이어의 62호보다 70호가, 본즈의 71호보다 73호가 10배 이상 가격이 높았다.
반면 이승엽의 경우는 39년만의 아시아 기록이라 56홈런볼이 가장 비쌀 전망. 그러나 만에 하나 56호가 터지지 않는다면 25일 광주구장에서 나온 55호 한국 신기록 홈런볼을 주운 박대운씨가 대박을 터뜨리게 된다.
한편 56홈런이 터져도 관중 모두가 ‘꽝’이 될 확률도 전혀 없지는 않다.
본즈가 박찬호로부터 친 72홈런볼은 팬의 손을 맞고 그라운드로 되돌아갔고 LA다저스 중견수 마르퀴스 그리솜이 주워 본즈에게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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