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곡 ‘정말 사랑했을까’로 솔의 다양한 면모를 선보이고 있는 남성 4인조 보컬 그룹 ‘브라운아이드 솔’의 리더 나얼. 사진제공 갑엔터테인먼트
‘브라운아이드 솔’(Browneyed Soul)의 리더 나얼(25). 그는 음악을 거의 인생의 전부로 알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솔(Soul)만 파고든다.
이를 엿볼 수 있는 일화 하나. 최근 생일 때 소속사 갑엔터테인먼트의 박종갑 사장이 고가의 만년필을 선물했다. 그러나 나얼은 “내겐 볼펜이 어울린다. 차라리 솔 음악 CD 10장을 사달라”며 다시 가져왔다. 몇 차례의 실랑이 끝에 나얼은 물러섰지만 만년필은 아직 쓰지 않고 있다.
또 하나. 그는 최근 소속사와 재계약했다. 그런데 그 계약금이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적다. ‘브라운아이즈’시절 두 장의 음반에 150만장을 히트시킨 가수임을 감안하면 수억 원을 요구할 수도 있지만, 나얼은 “솔 음악만 할 수 있으면 된다”고 했다. 소속사는 재계약과 별도로 거액의 보너스를 지불했다는 후문이다.
‘브라운아이드 솔’은 솔 음악에 대한 나얼의 고집을 보여준다. ‘브라운 아이즈’로 함께 활동했던 윤건이 불화 끝에 탈퇴한 뒤 나얼이 정엽(26) 영준(25) 성훈(23)과 함께 4인조 솔 중창단을 결성한 게 ‘브라운아이드 솔’이다. 이 이름은 갈색 눈의 솔이라는 뜻으로 흑인음악인 솔을 동양인이 부른다는 뜻이다. 나얼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솔이고, 이를 중창을 통해 해석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브라운아이드 솔’은 9월 중순 ‘정말 사랑했을까’를 타이틀곡으로 한 첫 음반을 발표했다. 이 음반은 보름만에 최근 음반판매 정상을 달리며 16만장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
‘정말 사랑했을까’는 나얼의 솔로와 이를 뒷받침해주는 멤버들의 하모니가 돋보이는 노래. 흐느낌이 지나치고 버터냄새 짙기 쉬운 솔이 이들의 하모니를 통해 깔끔하게 절제되고 있다. 멤버들이 작사 작곡한 ‘마이 에브리싱’(My Everything)도 네 멤버의 개성 있는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지는 게 일품이다. ‘캔디’는 랩과의 교류를 통해 솔의 다른 면모를 드러낸 노래다. 특히 음반 도입부에 수록한 ‘북천이 맑다커늘’은 조선 중기의 문인인 임제의 시조를 모티브로 한 노래로 동양적 멜로디와 하모니가 새 음반의 지향점을 압축해놓은 노래다.
‘브라운아이드 솔’에 합류한 정엽 등 세 멤버는 3년 여간 ‘솔 내공’을 닦아온 준비된 가수들. 이들은 “연습만 하는 동안 심했던 스트레스가 새 음반을 만들어내자마자 다 날아가버렸다”고 말했다.
‘브라운 아이드 솔’은 TV에는 출연하지 않을 예정. 이들은 “‘신비주의 전략’이 아니라 그냥 편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나얼은 내년 미국에서 영어 솔로 음반을 발표할 계획으로 최근 ‘영어 공부’에도 매진하고 있다.
허 엽기자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