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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8월의저편 428…낙원에서(6)

입력 | 2003-09-29 18:10:00


“‘어떻게 된 거야, 가토! 깔보고 있잖아!’하고 중대장이 고함을 질러서, 짱꼴라 눈을 노려보면서 칼 잡은 힘에 손을 주는 그 순간, 뭐라고 중국말로 외치더라고, 나중에 야마다 소위한테 물어봤더니, 중화민국만세라고 했다는 거야.

중대장이 본보기로 죽인 짱꼴라도 있어. 다들 새로운 중국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다, 자기 목숨 따위 언제든 내놓을 수 있다는 표정이라, 솔직히 말해서 중경군은 만만치가 않았어. 중대장도 그런 생각이었는지, ‘뒤에서 내리치면 안 돼, 앞에서 똑바로 쳐다보고, 잘 봐!’라면서 변발을 꽉 잡고 군도로 목을 쳤는데, 목이 좀처럼 날아가지를 않는 거야. 끔찍하게 아팠을 텐데, 그 젊은 짱꼴라는 두 눈을 부릅뜨고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어. 보다 못해서, 소를 도살한 적이 있다는 늙수그레한 소집병이 단도로 목을 쳤지, 슉∼하고 분수처럼 피가 솟더니, 내 온몸이 피투성이가 됐어. 두 손으로 들었는데도 머리통이 어찌나 묵직하던지. 중대장의 명령으로 새끼줄에 묶어 삼나무 가지에 매달았지. 목숨은 이미 끊어졌는데, 피범벅이 된 얼굴에 눈이 번쩍거리는 거야…번쩍 번쩍 번쩍 번쩍…매일 밤, 잠을 청하려고 눈을 감으면 어둠 속에서 그 눈이 빛나 잠을 잘 수가 없어….”

밖에서 추위를 견디며 줄 서 있는 병사들이 토비행(討匪行)을 불러댔다.

끝없는 이 진흙탕

이틀 밤 사흘 낮 먹지 못하고

비바람 몰아치는 철모

쓰러져 울음소리 그친 지 오랜

말의 갈기를

지금은 유품이라 헤어지지 못하네

발굽 자리에 핀

가을꽃 이슬 맺히고

아련한 풀벌레소리 해지는 하늘

담배는 떨어졌고

성냥마저 젖어

굶주린 밤 추위여

우리는 예로부터

해 솟는 나라의

용감한 무사

잡초 우거진 주검에도 후회는 없으니

아아 동쪽 하늘 저 멀리

비구름 뒤흔들며 울리는

우군의 비행기소리

글 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