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 대통령이 통합신당을 지지하면서도 당적은 민주당인 비정상적인 상태로는 원만한 국정운영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어쩌면 더 힘든 과정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대통령이 당적을 갖지 않은 경우는 우리 헌정사에서 드문 경우이다. 더욱이 집권 초기에 자신을 지지해 준 정당과 결별하고 무당적(無黨籍) 상태로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낯선 정치실험이다. 기대보다 우려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 당파적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국정책임자로서 국정과제와 경제·민생문제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노 대통령이 초당적 리더십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야당과의 대화가 절대적이다. 대화를 하려면 타협과 포용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코드 인사’를 고집하거나 단순화시킨 구호성 잣대로 편을 가른다는 인상을 더 이상 줘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직접 국민을 상대로 정책에 대한 이해와 지지를 구할 생각도 있다지만 자칫하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흘러버릴 수 있다. 이는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으로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이다.
노 대통령은 향후 신당 입당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무당적 상태를 언제까지 유지할 생각인지 모르겠으나 국정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면 신당에 입당하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입당해 내년 총선에서 당당히 평가를 받는 것이 국정의 안정성, 정치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정도(正道)일 것이다. 연말까지 상황을 보고 입당을 결정하는 것은 책임정치와 거리가 멀다.
노 대통령이 임기 말까지 무당적을 견지할 생각이라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내각제를 포함한 권력구조 변화 가능성의 단초를 스스로 제공하게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대통령이 무당적인 상태에서는 입법권력이 국가의 중심축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