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4개회사 계열분리 의미]LG그룹 구조조정 일단락

입력 | 2003-09-30 17:42:00


LG전선 등 4개사의 계열분리는 LG그룹이 1998년부터 추진해온 구조조정이 마무리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또 LG그룹 창업자인 고(故) 구인회(具仁會) 회장과 동생들 사이의 후계구도가 명확해졌다는 뜻도 있다.

LG는 외환위기가 일어난 직후인 1998년부터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칙에 따라 비(非)핵심사업의 계열분리를 추진해왔다. 화학 전자 통신 생명공학 등 미래의 주력·핵심 사업에 전념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1999년에 LG화재해상보험을 계열분리한 것을 시작으로 2000년엔 LG벤처투자와 케이터링업체인 아워홈을 분리시켰다.

이번 LG전선 등의 계열분리로 LG그룹 창업자의 6형제 아들들이 맡는 계열사가 명확해졌다.

고 구 회장의 장남인 구자경(具滋暻) LG 명예회장의 장남 본무(本茂) ㈜LG 회장은 LG그룹의 공식 후계자. 올 3월에 출범한 지주회사 ㈜LG의 회장으로 47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3남 본준(本俊)씨는 LG필립스LCD사장이다. LG화재는 고 구인회 회장의 큰동생인 고 구철회(具哲會)씨의 아들 3형제에게 경영을 맡겼다. 셋째동생인 구태회(具泰會)씨와 넷째동생 구평회(具平會)씨 아들들은 이번에 계열분리되는 4개사를 나눠 맡고 있다.

구자홍(具滋洪) 전 LG전자 회장의 거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구 전 회장은 구태회씨 장남이어서 계열분리되는 LG전선 등 4개사에서 중책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선 등 4개사는 구태회·평회씨를 중심으로 회의를 열어 1, 2개월 안에 향후 경영구도를 결정할 계획.

이제 남은 것은 LG그룹 공동 창업자인 고 허준구(許準九)·정구(鼎九)씨 쪽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는 것. 현재 고 허준구씨 아들인 창수(昌秀)씨는 LG건설 회장이고, 동생인 승조(承祖)씨는 LG유통 사장이다. 고 허정구씨 아들인 동수(東秀)씨는 LG칼텍스정유 회장을 맡고 있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이들은 이들 회사를 갖고 계열분리할 것이 확실하다는 게 LG측의 설명이다.

복잡했던 계열사 관계가 지주회사 전환과 계열분리 등으로 지배구조가 투명해지면서 LG에 대한 국내외 평가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세계적 경제전문 채널인 ‘CNBC’와 월스트리트저널,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FEER) 등이 LG의 구조조정을 모범 사례로 소개했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LG전자 CEO 선임된 김쌍수 부회장 ▼

30일 LG전자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김쌍수(金雙秀·58·사진) 부회장은 리더십과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기업 혁신을 주도해온 전문경영인으로 꼽힌다.

한양대 공대 출신으로 1969년 LG전자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지 35년 만에 모든 샐러리맨이 꿈꾸는 CEO 자리에 올랐다. 냉장고 공장장, 리빙시스템 사업본부장, 디지털어플라이언스(DA) 사업본부장 등을 거치면서 가전사업을 세계 정상 수준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탈한 성격의 김 부회장은 평소 현장경영을 중시해 생산현장에서 직원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는 것을 즐기는 스타일. 1996년 국내기업 중 처음으로 생산혁신기법 ‘6시그마’를 도입했으며 기존의 모든 프로세스를 다시 설계하자는 ‘TDR’ 활동을 통해 상시적 경영혁신을 이끌고 있다. 진수성찬처럼 나열된 정보를 ‘주먹밥’ 같은 복합적 사고로 단순화시켜야 경영혁신이 가능하다는 ‘주먹밥론’을 주창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97년 말 외환위기 때 외부의 회의적인 전망을 뿌리치고 백색가전사업을 오히려 강화해 도약의 계기를 만들었다. 올 6월에는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에 ‘아시아의 스타’ 25명 가운데 1명으로 선정돼 글로벌 경영인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김 부회장은 “2010년에는 LG전자가 세계 3위권의 전자·통신업체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