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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평양관광 참가기, 지하철서 만난 시민 반갑게 인사

입력 | 2003-10-01 17:41:00

평양 개선문 앞에 선 이규운씨. 조성하기자


9월 15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북측 고려항공기를 보는 순간 가벼운 흥분과 함께 전율이 느껴졌다. ‘JS 916편’. 평양행 고려항공 편명의 숫자는 분명 세자리였다. 통상 특별기는 네자리다. 세 자릿수는 정기편인데…. 인천 평양 구간을 북한에서는 벌써 정기편으로 운항하는 것일까.

평양항공역(순안공항)에 도착한 것은 11시25분. 출발 55분만이었다. 기내 여승무원의 친절은 각별했다. 부채에 사인까지 해 선물하며 악수도 청했다. 공항수속 역시 부드러웠다. 세관원, 공안원 모두 미소지으며 신속하게 처리했다.

70년대 지어진 8층 규모의 보통강 여관(호텔)의 객실은 140개. 서울의 특2급에 해당되는데 객실만큼은 크기가 2배나 됐다. TV를 켜니 NHK(일본) CNN(미국) CCTV(중국)의 위성방송이 방영됐다.

지하철을 타고 평양 시내관광도 했다. 부흥역에서 만난 평양시민들은 “반갑습니다”라며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만경대 학생 소년 궁전에도 들러 예술소조 활동 중인 어린이를 만나고 그들과 함께 극장에서 소년단원 공연도 관람했다.

일정 내내 식당은 보통강여관을 이용했다. 처음 맛보는 북한 음식 맛은 깔끔했다. 물고기로 만들었다는 보가주술은 특별했다. 만찬 후 야경 투어도 했다. 밤의 평양 시가지는 어두웠다. 이날 밤 10시. TV의 CNN에서는 우리(남측의 북한관광단)에 관한 뉴스가 보도됐다. 평양의 호텔 객실에 앉아 분단 후 처음 이뤄진 북한패키지 관광에 참가한 우리 뉴스를 CNN을 통해 보는 느낌. 정말로 색달랐다.

이튿날 아침에는 보통강변을 따라 조깅을 했다. 강변에는 어린이와 어른 30여명이 뒤섞여 뛰고 있었다. 동명왕릉을 다녀와 쇼핑센터에 들른 뒤 버스로 세 시간 거리의 정주시(평북)를 찾았다. 이 시골마을에서 참새구이, 빈대떡, 약호박, 염소고기 등 특미를 맛보았다.

다음날 관광단이 찾은 곳은 평양에서 43km 떨어진 곳에 있는 남포시 평화자동차 공장. 10차로의 고속도로가 인상적이었다. 이 남북합작공장에서는 피아트(이탈리아) 모델의 ‘휘파람’(1500cc)과 ‘뻐꾸기’(1200cc)를 조립 생산 중이었다. 차 이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지었다고 했다. 휘파람과 뻐꾸기 덕분에 올 연말부터는 중고차 수입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북측의 말에서 변화의 폭이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큰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