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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현장]공사 멈춘 외곽순환로

입력 | 2003-10-01 17:56:00

올 4월부터 공사가 중단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불암산 터널 현장. 장비와 인력 대부분이 철수해 황량한 느낌을 주고 있다. -남양주=이동영기자


올 4월부터 공사가 중단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일산~퇴계원 36.3㎞ 구간 중 경기 남양주시 별내면 6공구(5.2㎞) 불암산 터널현장.

지난달 30일 돌아본 현장은 터널 입구가 철문으로 닫혀있고 버려진 작업화가 나뒹구는 등 을씨년스런 모습이었다. 곳곳에 잡초가 돋아나 있는 등 오래 전부터 공사가 중단된 흔적이 엿보였다.

경기 의정부시 5공구 수락산 터널 현장도 마찬가지였다. 3㎞의 터널 중 750m가량이 뚫어져 있었지만 불암산 터널처럼 4월 중순 이후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터널 주변에 놓여진 고가도로용 교각들이 흉물스럽게 보였다.

주요 장비와 인력이 철수한 가운데 일부 직원만 남아 터널 내부의 안전상태를 점검하고 있을 뿐이었다.

공사하던 때와 다른 점이라면 공사 재개 여부 결정에 대통령이 직접 간여하다보니 '높은 분'들의 현장 방문이 잦아 여러 개의 현황판을 만들어 놓고 브리핑 전담 직원이 배치됐다는 것이다.

논란의 핵심인 4공구 사패산 터널 공사현장은 마치 시간이 정체된 듯한 느낌을 주었다. 2001년 11월 공사를 반대하는 측이 공사를 중단시키기 위해 현장에 지은 망루와 가건물은 2년 전과 마찬가지 모습이었다.

'의정부를 사랑하는 시민모임' 관계자는 "극한 방법으로 투쟁하고 목청을 높이면 이득을 얻는 현실에 대해 말없는 다수가 분노하고 있다"며 "교통난에 시달리는 지역 주민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물리력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는 5일 대규모 시민집회를 열어 현 노선의 공사 재개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반면 북한산을 관통하는 현 노선에 반대하는 불교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공약한대로 현 노선을 백지화해야한다"고 말했다.

서울고속도로㈜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주요 구간의 공사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사업성이 없다고 보고 전 구간의 공사를 포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사패산 터널은 2001년 11월 반대 측이 농성장을 지으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불암산과 수락산 터널은 올 4월 양측이 노선재검토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정부 방침이 나올 때까지 공사를 중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달 대표성 있는 각계 전문가와 단체를 대상으로 공론조사를 통해 공사 재개 여부를 결정한다고 발표했으나 불교계가 공론조사 참여 자체도 거부하고 있어 앞으로 어떤 결정이 내려질 지 주목된다.

의정부=이동영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