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베이징 국제연극연출제’에서 호평을 받은 창작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사진제공 서울예술단
중국 정부와 베이징(北京) 시당국은 올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침체된 중국의 이미지를 되살리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대비하기 위해 국제적 비엔날레와 연극제, 음악축제 등 대규모 문화행사들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4일까지 한국 서울예술단(총감독 신선희)의 창작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이탈리아의 오페라 ‘아이다’, 아일랜드의 ‘리버댄스’, 중국의 경극 등 총 22개 작품을 초청해 열리고 있는 베이징 건도(建都) 850주년 기념 제1회 ‘베이징 국제 연극연출제’도 그 일환이었다.
그중 첫 3일간 공연된 ‘로미오와 줄리엣’은 중국의 젊은이들에게 서양의 고전을 현대적 분위기에 맞춰 선보인 경쾌하고 감미로운 뮤지컬이었다.
경극의 전통이 강한 중국에서 ‘아시아인이 연기하는 서양 뮤지컬’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러나 ‘로미오와 줄리엣’이 끝난 뒤 중국의 여러 공연기획사들이 서울예술단에 상하이, 선양, 광저우 등 ‘5개 도시 순회공연’을 제안할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특히 중국 관객들은 로미오가 줄리엣을 만나기 위해 창밖의 담장을 타고 오르거나, 손을 잡고 키스할 때마다 탄성과 박수를 보내는 등 흠뻑 빠져들었다. 공연 뒤에는 중국의 청소년 관객들이 민영기(로미오) 조정은(줄리엣) 등 주연배우의 사인을 받기 위해 몰려들어 ‘공연계의 한류(韓流) 열풍’을 연상시켰다.
지난해 8월 초연됐던 창작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체코의 데니악 바르탁의 음악과 제임스 전의 안무, 일본의 하다노 가쓰가 무대미술을 담당했던 작품으로 지난해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최우수작품상과 연출상(유희성) 등 5개상을 휩쓸었다.
류옌쥔(劉彦君) 중국예술연구원 연극연구소장은 “이 뮤지컬은 서양의 클래식한 음악과 현대적인 리듬감, 비극적 사랑과 유머가 조화돼 젊은이들에게 매혹적”이라며 “중국은 전통과 민족성을 강조하는 연극이 강한 데 비해 한국의 뮤지컬은 세계로 향한 넓은 시야와 높은 수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북경일보는 지난달 29일자에 ‘로미오와 줄리엣’의 공연평을 싣고 “한국배우들은 ‘입향수속(入鄕隨俗·어느 지역에 가면 그 지역의 풍속을 따르라)’이란 말처럼 공연 중 부분적으로 중국어를 사용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고 소개했다.
베이징=전승훈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