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2일 이라크 주권 이양 시기를 앞당기고 이라크에서 유엔의 정치 경제적 역할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새 이라크 결의안 초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했다. 이에 앞서 1일 존 네그로폰테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4개 상임이사국 및 독일에 결의안 초안을 배포했다. 그러나 초안에는 주권 이양 시기가 명문화되어 있지 않은 데다 유엔과 미국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회원국간의 논란이 예상된다.》
네그로폰테 대사는 “24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이라크 지원국 회의에 앞서 결의안이 채택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번 결의안 초안에서 미군 주둔이 ‘일시적’임을 명시하고, 빠른 시일 안에 이라크인에게 주권을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또 유엔이 이라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191개 유엔 회원국에 다국적군 파병과 재건비용 지원을 요청했다.
미국은 8월 제출한 결의안에서는 다국적군 파병을 요구하면서도 통치권 이양을 명시하지 않아 프랑스 러시아 독일 등이 수정을 요구했었다.
현재 유엔에서는 이라크전쟁 전과 같은 극심한 분열상이 재연되지 않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주 “미국의 결의안에 반대하지 않겠다”고 말했으며 독일도 결의안이 합의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는 유엔이 주요 역할을 맡는 가운데 단계적 주권 이양을 주장해 왔다.
워싱턴 포스트는 2일 상임이사국 외교관들의 말을 인용해 “결의안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보이지만 국제사회가 미국의 ‘점령’을 지원하기 위해 군대와 자금을 순순히 댈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핵심 쟁점인 주권 이양 시기가 명시되지 않았고, 유엔의 역할 확대 부분도 애매하게 언급됐기 때문이라는 것. 뉴욕 타임스도 “이라크나 유엔 어느 쪽에도 권한을 넘기겠다는 확실한 언급이 없다”고 평가했다.
유엔 안보리에서는 “새 결의안은 동맹군에 대한 무장 저항만 부추길 것”이라는 반응과 “유엔의 제한된 역할만 인정해 이전 결의안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유엔은 8월 유엔사무소 폭탄테러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자살테러가 일어나자 치안 불안을 이유로 직원을 속속 철수시키고 있다. 600명에 달했던 이라크 내 유엔 직원은 현재 35명에 불과하다.
1일 바그다드와 모술에서는 수천 명의 이라크인이 미군이 머물고 있는 건물에 돌을 던지고 경찰차에 불을 지르는 등 시위를 벌였다.
미국의 새 이라크 결의안 골자주권 이양이라크인의 직접 통치 시기 빨리 와야. 미국은 다국적군의 성과를 6개월 안에 안보리에 보고유엔유엔은 이라크에 대한 인도적 지원, 경제재건, 정부재건 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강화해야정부 설립이라크 과도통치위는 이라크 통치권을 발전적으로 넘겨받아 유엔과 함께 헌법 제정과 선거개최 시간표 마련다국적군미국의 지휘를 받는 다국적군은 헌법 제정과 선거 개최에 필요한 환경을 보장하고, 유엔사무소 및 핵심시설, 과도정부 보호유엔 회원국군 및 재건비용에 기여국제금융기관이라크에 차관과 기타 금융 지원 제공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