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란 무엇인가? 그 후 50년/마이클 머피 루크 오닐 엮음 이상헌 이한음 옮김/328쪽 지호 1만5000원
‘생명이란 무엇인가’라고 묻기 시작한 것은 물리학자들이었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오스트리아의 에어빈 슈뢰딩거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 책은 슈뢰딩거의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에서의 연속 강연 ‘생명이란 무엇인가’의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993년 같은 장소에서 개최된 학술대회의 결과물이다. 이 대회에는 생물 물리 수학 생화학 등 여러 분야의 저명한 과학자 16명이 참가해 강연을 했다.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 전 하버드대 교수(1941∼2002)는 슈뢰딩거의 생명론이 환원주의라고 비판했다. 슈뢰딩거의 주장이란 ‘유전물질의 물리적 본성을 알면 생명의 본질도 알게 된다’는 것.
다원주의를 강조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보편성을 추구하는 모더니즘을 반박했듯 굴드 전 교수도 슈뢰딩거의 환원주의에 대해 “이토록 아름다운 다양성을 지닌 세계에서 표준화를 강조한 데 대해 개탄한다”고 했다. 환원론이 생명의 본질을 설명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로 굴드 전 교수는 ‘역사의 우연성’을 지적한다.
“우리는 우연적 존재이지 예견될 수 있었던 불가피한 존재가 아니다.”
조류생태학자인 제레드 다이아몬드 캘리포니아주립대 생리학 교수는 “인간과 침팬지는 0.16%만 다르다”며 “이렇게 작은 차이가 그토록 큰 차이를 내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가”라고 질문한다.
일부 학자들은 인간의 뇌가 침팬지의 뇌보다 4배 정도 큰 점을 들어 인간 창의력의 비밀이 뇌에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러나 10만년 전 인류의 조상인 호모사피엔스의 뇌가 현 인류의 그것보다 컸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가설은 힘을 잃는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음성언어의 완성에 원인이 되는 유전자들’에 주목한다.
“언어를 가짐으로써 우리는 창의적일 수 있다. 인간 언어의 본질은 창의력이다. … 언어 때문에 우리는 침팬지들처럼 먹이를 찾아 정글 속을 뒤지고 다니는 대신 제임스 조이스의 언어로 영장류 진화를 논하고 있다.”
모두 11편의 논문은 비과학도들이 읽기에는 벅찬 감이 있다. 힘들게 오른 산이 전망도 좋은 법이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