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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 파문’ 정치권 이념논쟁으로 번지나

입력 | 2003-10-03 18:55:00


재독 학자 송두율(宋斗律)씨 사건이 정치권의 ‘색깔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보위 간사인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3일 MBC 라디오 방송에서 송씨의 국내 비호세력에 초점을 맞춰 “정부 내 북한 핵심세력이 있다”고 발언함으로써 불씨를 댕겼다.

▽한나라당, 공세 속에 ‘역풍’ 우려=정 의원은 이날 방송에서 송씨 사건과 관련해 “국내에 북한과 연계된 핵심세력이 정부 내에 포진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국기(國基)가 위험한 수준까지 갔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인 송씨의 입국에 최고위층 정부기관들이 개입했다”며 “송씨를 구속해서 이 배후를 철저하게 조사하는 것이 바로 이 사건을 해결하는 기회다”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다만 ‘구체적인 증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짐작이 가는 바는 있으나 공개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정 의원의 발언은 송씨 사건을 계기로 대정부 공세의 주도권을 잡은 만큼 공세의 타깃을 송씨의 국내 ‘비호세력’으로 넓혀 확전(擴戰)을 꾀할 필요가 있다는 전술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당 차원에서 ‘전면전’에 나설 가능성은 유동적이다. 뚜렷한 물증 없이 현 정권의 핵심세력에 대한 색깔 공세에 나설 경우 자칫 ‘매카시즘’이란 역풍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소장파인 오세훈(吳世勳) 의원은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온 뒤에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을 해도 늦지 않다”며 색깔 공세의 확전을 경계했다.

▽민주, 철저 수사 주장 속에 ‘색깔론’ 경계=‘개혁적 야당’을 표방하고 있는 민주당은 송씨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법대로 처리’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색깔론 공세엔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상천(朴相千) 대표는 3일 “송씨가 국정원 수사에 대해 과장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그에 합당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환(金榮煥) 정책위의장도 “한나라당이 이번 사건을 색깔론으로 확대시키는 것은 대단히 정략적이다”고 지적했다.

유종필(柳鍾珌) 대변인은 “송씨 사건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색깔 시비로 비화시키거나, 반대로 송씨를 무조건 옹호하거나 미화하는 것 모두 삼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통합신당, “색깔론은 매카시즘”=통합신당은 한나라당의 색깔론 공세에 대해 ‘매카시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가 3일 “한나라당의 색깔론은 파괴적 발상이고 거물 간첩 운운하는 것은 21세기에 맞지 않다”라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당내에선 “송씨에 대한 온정적 발언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살 필요 없다”는 현실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당초 ‘독일과의 외교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던 원칙론이 흔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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