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야구]서울대 야구부 27년만에 감격 첫 승

입력 | 2003-10-04 07:22:00


서울대 야구가 이겼다. 1976년 팀을 창단한 이래 27년 만에 거둔 첫 승리다.

3일 중국 베이징 펑타이구장에서 열린 베이징대와의 친선경기. 공식대회에서 8-3으로 첫 승리를 맛본 선수들은 경기 후 서로 부둥켜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서울대 야구팀의 자존심을 걸고 싸웠습니다. 이 소중한 첫 승을 그동안 열정 하나로 야구부를 이어온 선후배와 동료들에게 바칩니다.”

국제전화로 승전보를 알려온 주장 용민씨(22·체육교육과 3년)의 목소리는 감격으로 떨렸다.

그동안 서울대의 공식대회 성적은 183전 183패. 체육특기생이 없어 순수 아마추어만으로 구성된 팀이기에 ‘야구전문가’로 짜여진 다른 대학팀을 이기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였다. 나갔다 하면 지는 일이 계속되자 대한야구협회는 서울대와의 경기를 공식기록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97년 구성된 대학야구연맹은 아예 서울대 야구부를 제외시켰다.

서울대가 다시 국내리그 출전자격을 얻은 것은 올해. 한국야구위원회(KBO) 고문으로 있는 정운찬 총장을 찾아가 간청한 결과였다.

지는 것으로 유명한 서울대 야구팀이지만 98년에는 모그룹 CF에도 출연했다.

‘이긴 적이 없다고 이길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불가능이란 대부분 충분히 시도되지 않은 것입니다. 두려움 없이 세상과 맞서세요. 그것이 바로 패기입니다’라는 카피의 이 광고는 그해 대한민국광고대상 우수상을 차지했다.

그동안 일주일에 3번 수업이 끝난 뒤 교내 야구장에 모여 2∼3시간씩 연습한 게 훈련의 전부. 그러나 광고 카피대로 선수들은 결국 이겼다.

지난해 9월부터 팀을 지도해온 탁정근 감독(37·신사중 체육교사)은 “춘계, 추계리그에서 실전감각을 익혔고 수비가 안정돼 첫 승을 따낼 수 있었다”며 “이번 승리가 선수들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