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만 3세 된 여자아이의 아빠입니다. 최근 아이가 오후 9∼10시에 잠이 들었다가 밤 12시나 오전 1시 정도가 되면 갑자기 깨어나 식은땀을 흘리며 방이 떠나가라 울어댑니다. 어떤 경우는 하루에 2, 3회 깨서 울기도 합니다. 아이를 놀이방에 보내서 그런가 싶어 중단시켜 봤지만 마찬가지였습니다. 한의원에선 몸이 허약하니 녹용이 든 한약을 먹이면 좋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서울 은평구 수색동 예원 아빠)
A> 걱정이 많이 되시겠어요. 보내주신 글만으론 정확한 진단이 어렵지만 ‘악몽증’이나 ‘야경증’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보통 아이들이 잠을 자다가 반복적으로 놀라며 깰 때 이런 진단을 합니다.
악몽증은 취학 전 아동의 50% 정도에서 나타나는 흔한 현상입니다. 언어와 사고 능력이 폭발적으로 발달하고 상상력이 풍부해져서 무서운 꿈을 꿀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이니 아이가 성큼 성큼 자라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가 스트레스와 불안을 겪게 될 때 더 자주 나타나곤 하니 혹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셔야 하겠죠? 요즘 들어 더 혼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놀이방에서 걱정이 있는 것은 아닌지, 동생에게 관심을 빼앗겨 힘들어하는 것은 아닌지 체크해 보세요.
악몽증은 여아에서 더 흔하며, 악몽에서 깨어날 때 의식을 빨리 회복하고 꿈의 내용도 잘 기억합니다. 아이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치료가 잘되곤 하지만 악몽이 너무 심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다른 심리적인 원인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소아 정신과를 찾는 것이 좋습니다. 몸이 허해서 생기는 현상은 절대로 아니니 보약 값은 나중을 위해 아껴두세요.
무서운 꿈을 꾼 것처럼 공포에 질려 잠에서 깨지만 꿈을 기억하지 못하고 의식도 빨리 회복하지 못하는 야경증은 잠이 든 지 2시간 전후에 많이 나타납니다.심한 잠꼬대, 격렬한 몸부림에서부터 심하게는 벌떡 일어나 걷다가 아무데나 쓰러지는 등 증상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유전적 이유가 가장 크며 대부분 성장하면서 사라지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말고 아이가 다치지 않게 보호해주고 위험한 물건을 치워주세요. 하지만 증상이 너무 심하고 오래 지속된다면 심한 스트레스, 경련성 질환 등과 관계가 있을 수 있기에 병원을 방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간단한 약물 치료 혹은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으로도 대부분 증상이 호전되니까요.아이가 공포에 질린 행동을 하며 낮에 부모와 관계됐던 감정을 말할 수도 있지만 아침이면 아이는 그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답니다. 그러니 부모는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김창기 소아정신과 원장
*평소 아이에게 나타나는 증세나 질병에 대해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e메일(health@donga.com) 또는 팩스(02-2020-1258)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