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자가 나쁜 행동을 하거나 약을 끊으려 노력해도 빠져 나오지 못하는 현상을 이해하지 못한다.
만약 ‘중독’이란 현상에 대해 좀 더 이해한다면 약물 끊기를 원하는 중독자들을 도울 수 있다. 또 이들의 삶의 질을 높여 주고 약물로 인한 범죄와 치료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미국 국립약물남용기관에 따르면 중독으로 생기는 합병증인 급성심장마비, 콩팥이나 간 손상, 암, 에이즈 등을 치료하는 데 연간 약 153조원이 소요되고 있다. 중독에서 해방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런 병들이 남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중독은 코카인, 헤로인, 알코올, 마리화나, 암페타민 혹은 니코틴 등 종류에 상관없이 비슷한 양상을 띤다. 따라서 알게 모르게 오랫동안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도 중독자이다.
뉴잉글랜드의학저널 최신호에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중독 물질은 기분을 고양시키고 스트레스를 감소시킨다. 이 보고서의 저자인 조르디 카미 박사와 매기 파 박사는 “중독 물질을 계속 사용하면 중추신경계가 변하게 돼 약에 대한 내성, 의존, 약물에 대한 열망 등이 생긴다”고 말했다.
중독은 윤리적 타락이나 행동의 문제가 아닌 뇌질환이다. 사람들은 중독자는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하고 싶은 사람 또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서 탈출하기 위해 약물을 사용하면서 결국 끊을 수 없게 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담배나 마리화나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거나, 코카인을 흡입하고 모르핀을 주사하는 모든 사람이 중독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술을 마시는 사람 대부분은 취하기 전, 언제 술을 그만 마셔야 하는지를 잘 안다.
또 어떤 사람은 중독될 정도로 많은 알코올을 마시기 전 유전자로 인해 병이 나거나 얼굴이 붉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유전자는 두 가지 작용을 한다. 중독의 위험 역시 유전되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 중독은 40% 정도가 유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과학아카데미 연구소는 흡연자의 32%와 헤로인 사용자의 23%, 코카인 사용자의 17%, 알코올 음주자의 15%가 중독성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카미 박사와 파 박사는 “위험을 즐기는 성격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경향, 정신적 장애 등이 약물 중독의 중요한 요소”라며 “약물 남용의 위험은 정신분열증 우울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 정신적 장애에서 높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의협지에 실린 브라이언 베스태그의 논문에 따르면 약물에 중독되는 동안 뇌는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스태그는 “남용되는 모든 약물은 기분을 고양시키는 뇌의 경로(도파민 회로)를 자극시킨다”며 “이 경로는 기억, 감정, 동기를 통제하는 뇌의 영역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약물에 중독되면 이 도파민 회로의 신경계가 내성이 생겨 둔해진다”며 “이로 인해 우울감에 빠지며 이를 벗어나기 위해 약물의 양을 늘리지만 기분은 더 이상 고양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좋은 기분을 느끼기 위해 계속해서 약물을 사용하면 새로운 ‘정상상태(뇌의 변화)’가 만들어진다. 중독자는 새로 만들어진 뇌의 정상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약을 사용한다. 비록 영구적이지는 않지만 뇌의 변화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약물남용기관의 노라 볼코 책임자는 코카인 중독자에게서 도파민 회로의 변화가 마지막 흡입 후 석 달 이상까지 회복이 되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또 중독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약을 수년간 끊었더라도 영화에서 약물을 사용하는 장면 등 어떤 자극에 노출되면 약에 대한 강력한 열망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중독 전문가는 “장기간의 약물 중독은 중독을 치료한 뒤에도 몇 달, 심지어 몇 년 동안 뇌의 변화를 유지시킨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의 과학자들은 “중독은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만성적인 질병으로 생각하고 치료해야 된다”며 “따라서 약뿐만 아니라 심리적 지원, 그리고 지속적 관찰을 기본으로 한 오랜 기간의 전략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http://www.nytimes.com/2003/09/30/health/30BROD.html)
정리=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