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짙은 발라드 ‘자꾸만’을 7집의 타이틀곡으로 내세워 가을 인기 몰이에 들어간 가수 이기찬. 사진제공 유리기획
가수 이기찬(24)은 1997년 데뷔 이후 발라드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이효리 이수영 성시경 강타 등 1979년생 연예인들의 모임인 ‘79 클럽’ 멤버들끼리 자주 가는 가라오케에서도 그의 애창곡은 거의 발라드다. 인순이의 ‘밤이면 밤마다’를 고르면 흥이 올랐다는 것이고, 드물지만 이정현의 ‘와’를 부르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신호다.
그런 그가 최근 일곱 번째 새 음반 ‘내추럴(Natural)’을 냈다. 이 음반의 타이틀곡 ‘자꾸만’도 발라드다. 서서히 고조되는 감정을 한 순간에 터트린 뒤 이내 여운을 남기는 이 노래의 전개 방식은 발라드의 ABC 그대로다.
“발라드 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이번 새 음반에서도 아예 발라드의 끝이 어디인가 가봤어요. 더구나 요즘 가요계는 발라드 세상 아닌가요.”
새 음반에는 타이틀곡 외에도 ‘미친 사랑’ ‘동경’ ‘사랑하는 순간’ ‘꿈같은 사랑’ ‘나의 편지’ 등 발라드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 노래들은 서정적 선율을 기조로 한 가운데 리듬앤블루스나 복고 사운드를 곁들여 발라드의 다양한 변주를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새 음반에는 일상적 발라드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망이 엿보이는 노래 세 곡이 있다. ‘이렇게’ ‘조심해’ ‘12000ft(피트)’가 그것. ‘이렇게’는 록적인 요소를 담았다. 이 노래에서 기타 사운드를 배경으로 강렬하게 외치는 대목은 이기찬이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조심해’와 ‘12000ft’는 댄스곡. ‘조심해’는 라틴 리듬을 가미한 열정적인 댄스곡이고, ‘12000ft’는 일상탈출의 상쾌함을 담고 있다. 이기찬은 “12000 피트(3600m)는 스카이다이빙의 최적 고도라고 하는데 고공 낙하의 가장 극적인 느낌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새 음반에 ‘플리즈’ ‘유리’ ‘춤추는 나무’ ‘널 잊을 수 있게’ ‘또 한번 사랑은 가고’ 등 지금까지 발표한 음반의 타이틀곡들을 리메이크했다. ‘춤추는 나무’는 이기찬이 다양한 목소리의 아카펠라로 불렀고, ‘널 잊을 수 있게’는 피아노와 현악기로 새롭게 단장했다.
그는 “내 히트곡 리메이크는 음반 소장 가치를 높이기 위해 고안한 아이디어”라며 “내 노래를 리메이크하는 게 쑥스럽기도 하지만 발라드에 대한 해석이 훨씬 더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이기찬의 새 음반은 발매 1주일만에 4만여 장이 나갔다. 아직 홍보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치지 않은 가운데 이 같은 성과를 올리자, 그는 “고정팬들이 많은 게 발라드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허 엽기자 heo@donga.com